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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20.03.09 세상을 움직이기...

오은영의 화해

2020. 3. 29. 01:44 from Book

 

가끔 듣는 독서 팟캐스트에 이 책의 저자인 "오은영 박사"가 출연한 적이 있다. 아마 많은 분들에게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으로 더 친숙한 분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프로그램을 본 적이 별로 없어 큰 관심은 없었는데 팟캐스트를 듣던 중 몇 가지 감정을 툭 건드리는 부분이 있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지만 2마리 토끼를 다 잡는 성격을 가진 책이다. 하나는 책을 읽는 부모의 상처와 내면을 다시 그  부모의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고찰하고 부모가 아닌 바로 본인과의 화해를 제시하고 다른 하나는 그런 부모가 육아에 있어서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진단과 조언이다. 참신한 구성이 일단 반갑다. 책을 읽으며 내가 성장하면서 함께 한 부모님과의 시간들을 떠올리기도 했고 이제 14살, 6살인 두 아이에 대한 나의 육아도 되돌아보았다. 그러면서 결국 나의 부모로서의 정체성의 또 많은 부분이 부모님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었음을 알았다. (당연하게도 내가 실질적으로 참고할 실증 케이스는 그분들이 유일하기도 하니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확실히 유효한 구석이 있다. 

 

책의 사례중에 자신의 부모님은 화를 내거나 체벌을 한 적도 없고 자상해서 부모와의 관계가 문제가 없는 것 같았지만 실제로 그 부모님은 온화한 말투와 자상한 태도로 계속 자식에게 원하는 방향을 강요했음을 깨닫는 이야기가 있다. 이 지점에서 솔직히 많이 뜨끔 하기도 했다. 어쩌면 그동안의 나의 육아가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제안이라는 모습으로 가장한 강요는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또 나 자신을 발견한 대목도 있는데 책을 읽어보니 난 그 동안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살았는데 다시 보니 자의식 과잉 쪽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부분도 이 책의 소득이라면 소득이겠다. 

 

지인 중에 항상 부모와의 특정 시간, 경험에 인생을 붙잡힌 이들이 있다. 그들 또한 이제 모두 아이들의 부모가 되었는데 그 지인들에게는 꼭 한번 보여주고 싶은 책이다. 

 

 

 

Posted by honeybadger :

세상을 움직이기...

2020. 3. 9. 00:29 from Life note

교장선생님, 사단장님 훈화 말씀 중에 틀린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온몸을 비비 꼬며, 서서 졸 정도로 얼른 이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것은 그 긴 시간 동안의 이야기 중에 공감이 가는 말이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두 발은 현실의 척박한 문제에 푹 빠져 질퍽이고 있는데 그분들은 항상 꿈을, 이상을, 목표를 이야기했다. 누구도 모르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지금 당장 한 발을 띌 수 있는 방법이 절실했을 뿐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제대해도 이 모습은 여전하다. 멀게는 사회를 이끌어간다는 정치인들이나 저명한 인사들도, 가깝게는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권자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재의 진짜 문제나 중간 과정은 싹둑하고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나 원론적인 이야기를 주장하고 설파한다. 제일 비겁한 경우는 특정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로 이 지점으로 점프하는 경우다. 다 맞는 말이니 반박을 할 수 없지만 이건 틀린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어떤 의미에서는 더 치졸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논리는 매우 중요하고 논리로 쌓은 방향과 철학은 어떤 분야이든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에 기반한 행동의 동인이다.  움직여야 무엇이라도 바꿀 것 아닌가? 인간세계에서 이 동인이라는 것이 좀 묘한데 절대 명제 앞에서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인간이기도 하고 허술하고 말도 안 되는 것에도 목숨을 거는 것이 또 인간이다. 

 

온통 완벽한 논리로 집대성된 올바른 이야기들만이 가득하다. 그런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세상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이 필요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