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게임리서처가 게임을 좋아해야 할까? 라는 주제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이번에는 그 반대의 경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반대의 경우는 게임리서처가 굉장히 매니악한 헤비유저인 경우가 될 것이다. 게임리서처 또는 게임 회사에서 리서치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 중에는 일반적인 유저 대비 굉장히 많은 게임을 깊게 즐기거나,(제너럴리스트이면서도 스폐셜리스트인 경우) 특정 게임에 있어서 상위 몇 % 유저로서의 성향을 가지는 이들(제너럴하지는 않지만 스폐셜한 경우)이 있다. 나름의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특정의 경우 그러한 매니악한 성향이 현황을 오도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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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유저들이 초기 게임 적응에 굉장히 힘들어하는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저 정도는 능히 극복할 것이라고 판단하거나 대다수의 유저들이 선호하는 대중적인 특성보다 상위 유저들이 좋아하는 속성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들이 그렇다. 이러한 경향은 자신이 주로 즐기는 게임보다 컨텐츠의 복잡도가 낮은 장르(캐주얼이나 라이트캐주얼 등)의 게임들을 리서치 할 경우에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게임리서처가 게임 고수, 기획자 수준의 매니아라면 그것은 꽤 큰 축복이다. 다른 이가 갖지 못한 포괄적인 정보들과 그 정보들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했던 수 많은 고민들을 통해 형성된 통찰력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보와 통찰력은 확실히 좋은 리서치를 진행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그 해석에 있어서 유저로서 자신의 시각에 한해서 판단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해석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해석이 보편 타당한 것인가? 매니악한 소수가 아니라 다수의 대중적인 유저들을 포괄하고 있는가?의 질문들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던질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 할 경우 시장지향적인 시각으로 시장성을 높이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리서처가 더 시장에서 멀어지게 하는 정 반대의 부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게임리서처는 기술과 개인적인 게임 철학 지향적인 기획자, 개발자에게 시장과 유저 입장에서의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정말 좋은 게임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또는 그런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R&R이다. 그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게임에 대한 지식과 통찰력도 중요하지만 균형 잡힌 시각이 우선 충족되어야 할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유저들을 통해서 게임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그 가능성을 살리는 방법을 도출하는데 자신의 지식과 철학을 사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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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bad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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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메일로 마케팅리서처가 되고 싶은 학생, 또는 마케팅리서치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의 질문이 많다. 그 질문에 대해서 성의껏 답변을 주고 있고, 가능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마케팅리서처가 되는 것 또는 마케팅리서치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녹록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가지 마케팅리서처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할까 한다. 물론 마케팅리서치 회사에서 일한 기간은 2년 정도가 전부이며, 한 회사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굉장히 편협한 이야기가 될는지도 모르겠다.(물론 사회생활 시작하고 지금까지 연관된 업무를 하고 있지만)

먼저 마케팅리서처가 매력적인 이유는 최일선에서 소비자와 조우한다는 점이다. 그 조우의 과정에서 보석같이 반짝이는 인사이트들을 만나는 경험만큼 희열을 얻는 다른 직업이 있을까?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콜롬버스가 미지의 신대륙을 발견한 기쁨의 1/10 정도는 될 듯 하다^^
또한 프로젝트가 하나 하나씩 끝날 때마다 쑥쑥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세상의 수 많은 직업들이 있지만 개인의 성취욕을 이렇게 강하게 느끼게 하고, 단기간내에 내공의 발전을 이루게 하는 직업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능동적이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2년에서 3년차, 대리 정도의 직급이 되면 자신이 프로젝트를 맡아 능동적으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물론 수동적인 업무들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정말 좋았다. 어떠한 현상을 규명할 것인지? 어떻게 규명할 것인지? 그 내용들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대부분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은 정말 즐겁다.(물론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크지만...)

그리고 전통적인 회사들 대비 분위기가 자유롭다. 불필요한 눈치를 보거나 비생산적인 업무들을 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간혹 있기는 하지만) 출,퇴근 시간도 어느 정도 자유롭다(이 부분은 워낙 업무 강도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정도가 간략한 장점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이야기를 조금 해보도록 하자.

먼저 마케팅리서처는 업무 강도가 무척 높다. 물론 개인별, 회사별로 천차만별이지만 평균적으로 일반 회사 대비 업무가 많다. 대략 평일에 칼퇴근은 꿈도 꾸지 말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그리고 스케쥴 관리 잘 못하면 주말 출근도 잦다. 개인적으로는 주말에 열심히 쉬고, 충전해야 평일에 업무 집중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꼭 평일에 일을 마무리 하려고 노력했다. 그럴 경우 평일의 경우 10시 정도 퇴근했고, 업무가 많을 경우 새벽 1~2시 정도 퇴근 했던 것 같다.(가장 심하게는 1주일 정도 거의 집에 못들어간 적도 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리서치 회사의 수익구조에서 비롯된다. 리서치 회사는 어느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를 얼마만큼 수주하는지에 따라서 매출액이 결정된다. 그런데 국내 리서치 비용 단가 자체가 워낙 낮다.(듣기로는 역사가 훨씬 짧은 중국이 국내 보다 1.5배 높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결국 양적으로 더 많은 프로젝트를 해야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결국 연구원 별로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리서치 비용 단가 자체가 낮은 이유는 리서치 회사들이 단가 경쟁을 경쟁적으로 해오기도 했고, 클라이언트사에서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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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이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젊은 시절에 빡세게(?) 일하는 것이 미덕아니냐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정말 빨리 성장한다. 그런데 정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업무가 많아지면 기계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즉 리서치 회사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보고서를 적당히 깨지지 않을 정도로 써버리게 된다. 그러면서도 연애도 못하고, 자식노릇, 엄마노릇, 아빠노릇도 잘 못한다. 이 상황이 2~3개월이 지속되면 패닉상태에 빠지게 된다. 보고서를 쓰는 기계가 된다고 할까?

하지만 이런 경험들은 정말 중요한 자산이 된다. 그런 패닉 상태를 넘기면 정말 자신이 한단계 성장했다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느낌들을 조금 즐기기도 했는데 나중에 생각하면 어느 정도 조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즉, 단기 레이스에서는 적당하지만 인생은 그리고 개인의 커리어는 그 보다 훨씬 긴 장기레이스이기 때문이다. 리서처는 하나의 지식을 레벨업하는 것보다 무한한 상상력이 더 중요하고, 상상력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여유는 필수적이다.

또한 리서처는 클라이언트와의 계약 관계상 갑,을 관계에서 을의 입장이다. 을로서 일을 해보지 못한 사람은 을의 심정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비즈니스 관계에서의 갑,을 관계는 이론적으로는 상호평등한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 많은 기업들은 갑,을 관계를 어느 정도의 주종관계로 생각한다. 그로 인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많다. 전혀 상식적이지만 않은 빠른 일정을 요구한다던가, 사전에 클라이언트가 잘못 전달한 목적으로 잘못 도출된 결과를 모두 책임지라고 하기도 하며, 심하게는 무적절한 접대도 요구하며 반말을 하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는 합리적으로 일을 진행하지만 그렇지 않은 클라이언트도 존재한다. 그들과의 말이 안되는 상황에서 많은 부분을 참아야 한다는 을의 입장이 분명 쉽지는 않다. 전투적으로 싸워보기도 했고, 순순히 요구를 들어주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참 비애를 많이 느꼈다. 난 지식을 팔려고 리서처가 되었지 웃음을 팔려고 리서처가 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리서처는 어느 순간에는 영업맨이 되어야 한다. 앞의 이야기의 연장선에 있는 이야기다. 대부분 리서치 회사는 팀별로 할당된 매출액이 존재한다. 당해 연도에 해당 매출액을 달성해야 하는 것이 조직의 미션이다. 당연하다. 리서치 회사는 순수연구기관이 아니고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프로젝트의 결과가 우수하면 자동적으로 매출액은 확보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좋은 결과물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즉 실력과 내공이 최우선의 영업무기가 되어야 한다고... 물론 맞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실력은 없지만 탁월한 영업실력(?)으로 많은 높은 매출을 달성하는 팀장이 실력은 뛰어나지만 매출은 다소 부족한 팀장보다 더 인정을 받는 경우를 보며 개인적으로 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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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이야기 한 것이 현실적으로 리서치 회사에 근무하면서 느꼈던 힘든 점이었다. 업무 강도가 많은 것은 어느 순간에는 의무처럼 생각했고 성장의 기쁨이 수반되기 때문에 즐거웠다. 하지만 비합리적인 갑을관계와 영업에 대한 압박은 참 적응하기 힘들었다.물론 합리적인 갑을관계를 가져가면서도 실력으로 성공하는 멋진 분들도 많다. 만약 리서치 회사에서 계속 근무를 했다면 그런 분들을 롤모델로 삼아 일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들이 점점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있기도 하고 전혀 앞에서 이야기한 문제들이 없는 회사들이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마케팅리서처에 뜻을 두고 있는 예비리서처들이 프로페셔널해 보이고 화려함만을 보고 마케팅리서처를 꿈꾸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매력만큼의 험난한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리서처가 되어 이런 문제들을 겪지 않는다면 자신을 이끌어주고 있는 사수, 팀장, 회사에 정말 감사하고 그런 문제로 고민했을 시간에 조금 더 멋진 리서처가 되기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 하지만 사전에 이런 문제들에 봉착할 경우를 대비해 적어도 마음가짐과 자신의 정체성은 명확하게 하길 바란다. 그것이 정말 더 큰 리서처가 되기 위한 아주 기본적인 준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비리서처 분들의 건승을 기원해보고 과거의 경험을 돌아보며 나 또한 초심으로 돌아가 합리적인 클라이언트, 리서처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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