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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30 여론조사로 정책을 결정할 수 없다?

지난 주 100분 토론의 주제는 미디어법 논란 그 해법은?”이었다. 미디어법 관련해서 워낙 진통이 커서 문방위 산하에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 발전 국민위원회를 구성해 그 안에서 바람직한 방안을 도출하고자 했지만 결국 일치된 결론을 보지 못했던 것이 그간의 상황이었고 100분 토론은 그 동안의 경과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토론을 진행했다.

 

미디어위원회 시작부터 각 정당을 대표하는(?)위원들 간에 일치를 보지 못한 지점이 바로 여론 조사를 진행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여부였다. 결국 이 부분에서부터 합치되는 지점을 찾지 못한 미디어위원회는 사실상 업무가 종료된 상황에 이르렀다. 야당측은 당연히 여론 조사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이 결과를 기반으로 향후 정책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펼쳤고, 야당 쪽은 정책 결정에 여론조사는 적합한 방법이 아니라는 의견을 펼쳤다. 각각이 어떤 이유든 국민들의 대부분은 미디어법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여론 조사 결과는 여당쪽에는 분리하고, 야당쪽에는 유리한 무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이와 같은 입장을 취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 나경원의원은 지속적으로 정책을 여론조사로 입안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물론 일리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굉장히 복잡한 사안과 여러 관계들을 고려해서 결정되어야 하는 정책에 대해서 관심도도 낮고 많은 지식이 없는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기는 힘들지 모른다.


 

개인적으로 몇 번 정책과 관련된 여론조사 설문지를 본 적이 있는데 (리서치 회사에 있을 때 마케팅리서치 연구원이었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진행해 본 적은 없다) 너무나 생소한 정책을 대략 설명해 주고 이에 대한 만족 수준을 물어보고 있었다. 평가 대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안되어 있는 상태에서 평가치는 무의미할 텐데 말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야기해서 이와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여론 조사는 더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미디어법 제정은 국민의 정서와 무관하게 추진될 수 없다. 법 제정은 국회의원이 입안하지만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리인이기 때문에 국민이 잘못된 지식으로 오판을 한다고 해도 국민의 정서와 의견을 무시하고 추진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배다. 더구나 요즘 같이 전국민이 반민주주의 독재로의 회귀에 대한 우려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과연 여론조사는 국민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도구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 것이다. 이 지점에서 여론조사에 대한 접근 관점을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전체 국민의 몇 %가 찬성이고 몇 %가 반대인지 보다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 아마도 미디어법 관련해서 찬, 반 태도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크게 2가지 사항이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나는 미디어법에 대한 인지 수준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인지수준에 기반한 나름의 판단이다. 즉 미디어법과 관련된 구체적인 쟁점 사항들에 대한 인지수준과 찬, 반 입장을 형성한 구체적인 이유를 물어보게 되면 어떤 내용을 잘 모르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 국민들이 불만인 이유가 단순하게 감정적인 이유인지? 특정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에 대한 결정인지가 도출될 것이다.

만약 대부분의 국민들이 상세한 내용까지 이해하고 있고 그에 대해서 나름의 이유를 갖고 반대를 하고 있다면 그 이유를 해소하거나 대응할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이고 마땅한 방법이 없다면 여론 조사 결과를 인정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또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대기업이 미디어를 소유하게 됨으로써 오는 부정적 영향 정도만 미디어 법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즉 미디어법에 대한 인지수준이 낮다면(아마 많은 국민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설득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바가 맞다는 가정 하에서물론 이 보다 더 중요한 명확한 반대 이유도 없겠지만)

 

100분 토론 말미에 야당쪽 대변인으로 참석한 국민대 이창현 교수님이 자체 여론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와 같이 이야기를 진행하셨는지 끝까지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토론 초반 여론조사를 정책에 활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런 생각들을 해보았다.

 

여론조사가 되었던 마케팅조사가 되었던 영역은 조금은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최종적으로 도출결과, %인지에 따라서 의사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결과의 reason & why를 살펴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조사는 누군가의 주장을 입증하거나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으로 기능하기 보다 현재의 상황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개선시키기 위한 도구로 기능하는 것이 우선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