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네이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5.13 어떤 파트너와 일하고 싶습니까?

얼마 전에 타 기업에서 리서치 코디네이터로 일하시는 분이 리서치 회사를 대상으로 어떻게 하면 좋은 제안서를 작성할 수 있는지?” 클라이언트 시각에서 작성한 문서를 보게 되었다. 제안서 작성과 관련된 내용 이외에 리서치 회사의 태도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었는데, 참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 자료를 보다가 문득 내 입장에서 참 기분 좋게 일했던 파트너들은 어떠했는가를 생각해 보게 되었고 몇 가지를 좀 정리해 보고자 한다.

Love on Tehran`s Roof
Love on Tehran`s Roof by mohammadali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1.
새로운 정보를 항상 제공해 주는 파트너에게 신뢰감과 감사함을 느낀다.

리서치 회사 차원의 뉴스레터나 연구자료들 혹은 개인적으로 정리한 자료들을 특별히 프로젝트를 하고 함께 하고 있지 않은데 제공해 줄 때 전문가로서의 신뢰감과 그 노력에 감사함을 갖게 된다. 우리 회사의 서비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도 말이다. 해당 자료에서 힌트를 얻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고 할 때 어떤 회사를 선택하게 될까? 당연히 그 단초를 제공한 회사다. 몇 번 이런 경우들이 실제로도 있었다. 반면에 아주 친한 척 연락해서 술먹자, 밥먹자는 부담스럽다. ! 물론 술이나 밥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리서치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전해주는 경우에도 고마움을 갖는다. 하지만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사적인 관계로 저와 술이나 밥을 먹고 있는 리서치 회사에 계신 선배님, 동료, 후배님들 오해하지는 말아주세요^^. 이건 공적인 관계인 경우입니다. 여러분들은 그냥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좋답니다.)

 

2. 제안요청 내용에 대해서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해주면 제안내용에 더욱 기대를 갖게 된다.

해외와 같이 rejection fee가 정착되지 않아서 제안 요청을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많이 미안하다. 그래서 조금은 조심스럽게 제안요청을 하게 된다. 제안요청을 하고 대략 1주일 정도의 시간을 기다리게 되는데 그 기간 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경우 해당 리서치 회사는 관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미안한 마음도 사라진다.^^ 그리고 제안요청설명회를 하는 경우도 드물어서 RFP의 내용으로 정말 이 프로젝트의 내용을 잘 이해할까? 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또한 내부에서 어느 정도의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안을 갖고 있어도 제안 요청은 이슈 정도를 던지고 해당 이슈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제안해달라고 한다. 그 이유는 내부에서 생각하지 못한 더 좋은 방법을 리서치회사에서 제안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다음과 같이 대응해 주는 리서치 회사는 제안서에 대한 기대도 많이 하게 되고, 최종 단계에서 같이 일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다음에 꼭 같이 일하고 싶어진다.

우선 RFP를 받은 후 메일이나 유선상으로 RFP를 잘 받았고 한번 잘 준비해 보겠다. 질문이 있는 경우 연락하겠다고 제안요청에 응하겠다는 연락을 먼저 해오는 경우.

중간 중간 프로젝트의 중요한 지점을 예리하게 지적하면서 질문을 구체적으로 해오는 경우.

때로는 프로젝트 목적 달성을 위해 RFP에서 제시한 방향과 조금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야 되는 필요성을 언급하며 해당 관점에서 제안서를 작성하겠으니 참고해 달라고 하는 경우(물론 그 필요성이 타당해야 하겠지만)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정확하게 제안서를 전달하고 후속 절차와 일정에 대해서 확인하는 경우

PT가 예정되어 있지 않음에도 혹시 시간이 된다면 캐주얼하게 제안 내용에 대한 설명을 진행하는 것이 어렵지 않으니 필요하면 요청해 달라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

대략 이런 모습을 보이는 리서치회사는 왠지 모를 신뢰감이 생긴다. 그런데 RFP를 받고 어떤 연락도 없고, 어떤 질문도 없으며, 요청 시간을 넘기거나 너무 짧은 시간에 제안서를 보내는 경우 신뢰감을 갖기는 힘들다. 또한 질문을 하기는 하는데 RFP에 명기되어 있는 내용이거나 업종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을 질문하는 경우는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


45 Fremont, #1
45 Fremont, #1 by Thomas Hawk 저작자 표시비영리

 

3. 한발 먼저 클라이언트를 가이드하고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인 태도를 보여라.

개인적인 경험상 리서치 회사는 조금은 수동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클라이언트가 확인해달라고 해야 확인해 주고, 진행을 위해 이러이러한 액션들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해야 액션을 취한다. 더구나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들도 말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정말 신뢰감이 드는 리서치 회사는 항상 한발 먼저 행동한다. 이런 것들을 챙겨야 합니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고려해 다음의 대응 방안들을 생각해 보았는데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와 같은 이야기들을 대체적으로 많이 한다. 즉 더 빠르고 더 폭 넓게 클라이언트보다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할 초안 설문이나 가이드라인, 참석자 프로파일, 테이블 가이드, 보고서 방향과 같은 것들을 기간에 맞게 정확하게 제공한다. 물론 하나 하나 이런 것들을 다 챙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먼저 주는 것과 클라이언트가 달라고 해서 주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점은 아실지 모르겠다.

 

4. 디테일의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이 부분은 앞 서 언급한 타 회사의 리서치 코디네이터분도 언급한 내용이다. 사소하지만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 불편함을 줄이거나 시간을 줄여줄 경우 감동한다.

 

예를 들어, FGD를 진행할 때 기본적으로 진행 당일 모니터링룸에는 참석자 프로파일, 가이드라인이 비치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리서치 회사들이 첫 날에는 준비를 잘 하다가 점점 흐지부지 되기도 하며 시작하는 순간에서야 몇 부냐 필요한지 물어본다. 그리고 프로파일의 경우 스크리너의 응답내용이 정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답변의 보기 번호를 그냥 숫자로 적어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크리너가 없으면 프로파일을 확인할 수 없다.(거의 100% 스크리너를 함께 비치해 주는 경우는 없다) 이 경우 참석자 정보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프로파일은 별 의미가 없다. 또한 참석자를 좌석을 배치할 때, 예를 들어 대학생과 직장인을 5:5로 구성한다면 같은 그룹끼리 뭉쳐서 앉혀놓는 것이 모니터링 하기에 편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해당 참석자가 대학생인지 직장인인지 매번 프로파일을 봐야 한다.(물론 주제에 따라 같이 앉힐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너무 디테일하고 까칠한 것 아니냐고? 입장을 바꿔서 모니터링 해보시라. 그 불편함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말하지 않아도 딱딱 맞춰서 준비하고 시작하기 전에 모니터링의 편의를 위해서 좌측에서는 대학생, 우측에는 직장인으로 좌석배치를 했습니다.라고 멘트까지 날려준다면 참으로 멋져 보인다.

Canon 5D Mark II
Canon 5D Mark II by Carlo Nicora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5. 보고서로 승부하라

앞서 다양한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보고서의 퀼리티라는 점은 이견이 없을 것이다. 진행 과정에서 아무리 프로페셔널한 태도를 보여도 문제가 많은 보고서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물론 진행 과정의 프로페셔널한 태도는 보고서의 수준과 괘를 같이하는 경우가 많다. 보고서 작성 앞에서 다음과 같은 태도를 보이는 파트너들의 보고서들이 좋았던 것 같다

 

1)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결과를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하지 않는다.

가끔 제안 단계에서 아무리 따져보아도 가능하지 않은 결과를 언급하는 경우가 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점을 이야기하면 논리에 의한 설득이 아니라 감성적인 주장을 한다. 그리고 이름을 대면 누구든지 아는 회사의 프로젝트 케이스를 꺼내거나 전혀 상관이 없는 업종의 이야기를 한다. 물론 리서치가 강한 회사, 이종 업종의 사례들이 단초가 되어 좋은 아이디어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전혀 연결점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대를 높이고 새로운 방법론을 제안하는 것도 영업 차원에서 중요하겠지만 현실적인 실행 가능성 또한 고려해야 한다. 반대로 이런 이런 식으로 접근이 가능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해 리서치 회사의 한계나 프로젝트의 위험요소를 언급하며 불가능하다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리서치 회사도 있다. 처음에는 너무 리스크를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서운하지만, 지나고 보면 대부분 옳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 차선책을 함께 제안해 준다. (무조건 일이 늘어나고, 어려우니까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와는 확연히 다르다.)

감언이설로 프로젝트 하나를 수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전자의 경우 두 번 다시 일하고 싶지 않다.

 

2) 모르면 물어보고 또 물어본다.

이전 글에서도 내부 정보의 제한에 따른 리서치회사의 한계점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다. 대외비이기 때문에 알려주면 보고서 작성에 도움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는 정보들도 많다. 이 경우 현명한 리서치 회사는 우회에서 물어보고 물어봐서 구체적인 수치나 내용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나 현황에 대한 감을 갖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경우 보고서는 현실적인 문제들도 어느 정도 고려한 좋은 결과를 전달한다. 하지만 오직 리서치 결과만을 갖고 보고서를 쓰는 경우 테이블을 PPT 문서로 전환한 것 이상의 의미가 없거나, 너무 생뚱 맞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프로젝트 프로세스를 관리하고 내부에서 기안을 올리라고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물어봐서 리서치 데이터 이외의 다양한 정량적, 정성적 데이터들을 얻는 것이 좋다.


Day 79 - f o c u s
Day 79 - f o c u s by margolove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3) 어렵게 한 부탁 흔쾌히 들어줄 때 감동한다.

글을 시작하며 언급한 문서에서 이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개인적으로는 리서치 회사에 있을 때 근본이 안된 클라이언트들을 만나봐서 가능하면 갑의 횡포를 부리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저와 일했던, 일하고 있는 파트너분들은 전혀 이렇게 생각 안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가끔 무리한 부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으로 못 챙겨서 이기도 하고, 상위의사결정라인에서 새로운 이슈가 발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부분 일정 단축, 추가 분석, 심한 경우에는 일정도 짧게 주면서 보고서의 전면 수정을 요청하기도 한다. (창피해서 얼굴 붉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돌파구는 파트너인 리서치회사가 유일하다. (내부 설득이 생각보다 어렵고, 결과를 보고하면서 설득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렵게 한 부탁 정색하고 쉽게 거절하면 참 난감한 것이 사실이다. 이 때 어렵지만 최대한 방법을 찾아보죠라고 흔쾌히 들어줄 때 감동한다. 물론 냉정하게 계약관계에서 볼 때 안 들어줘도 상관은 없다. 최초 기획단계에서 논의된 것만을 깔끔하게 완료하는 것이 프로페셔널 한 것 맞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돌발상황 앞에서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파트너라는 신뢰는 참 중요하다. 그 신뢰가 어느 경우에는 오직 그 파트너만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더불어 어려운 부탁을 들어줘야 할 때 혼자서 끙끙대지 말고 코디네이터가 해줘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어려운 부탁을 들어주는 파트너를 위해서 복사 심부름도 할 생각이 있다.

 

4) 실행을 고려한 결과를 준다

실행 되지 않는 리서치 보고서는 쓰레기다라는 말 앞에서 작아졌던 적이 많다. 물론 지금도 이 말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리서치 코디네이터는 리서치 결과를 통해서 비즈니스 상의 목적 달성을 위해 실행조직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실행방향을 제안해 주는 것이 가장 큰 업무의 미션이다. 그런 관점에서 실행방향 설정을 고려한 결과를 리서치 회사가 전달해 준다면 참 도움이 많이 된다. 물론 아주 구체적인 실행방향은 리서치 회사의 태생적인 한계로 전달해 주기가 어렵다. (물론 업계에 대한 내공이 뛰어난 고수 리서처 분들은 가능하신 분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도 잘 알고 있고 그 몫은 코디네이터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실행안에 대해서 고민하기 위해서는 리서치 결과의 팩트들을 단순하게 나열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지도는 몇 %이고 만족도는 몇 %이고 만족하는 이유는 무엇이고?와 같이 나열하는 것은 그냥 테이블을 보면 된다. 그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장 상황을 앞서 언급한 데이터를 통해 명쾌하게 정의하고 그러한 상황하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각각의 사항에 대해서 소비자들을 고려 할 때 몇 가지의 접근 방향이 있는지? 각각의 접근 방향의 기회와 위협요인은 무엇인지?를 최종적으로 정리해 주면 그러한 상황을 고려해 실행방향을 정교하게 고민해 볼 수 있다. 데이터를 이렇게 받았으니까 기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여주고, 결론은 요약정리 수준이면 테이블을 재정리하고 자세하게 볼 시간을 많이 줄여줬다 정도의 의미가 있다고 할까?  

 

개인적으로 보고서는 크게 다음과 같은 등급으로 구분이 되는 것 같다

D레벨: 테이블을 보기 편하게 문서화 한 보고서

C레벨: 단순한 빈도 분석 이외에 다양한 교차분석, 분석툴 적용으로 새로운 팩트를 담고 있는 보고서

B레벨: 현황(시장)을 명쾌하게 정리하고 그에 기반한 인사이트를 담고 있는 보고서

A레벨: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좋은 실행방향까지 제안하는 보고서

평균적으로 C레벨 보고서가 가장 많고 B레벨 보고서가 가끔 나온다. 완벽한 A레벨 보고서는 개인적으로도 계속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좋은 보고서는 리서치 회사의 노력과 코디네이터가 5:5 정도로 책임을 나누고 있다고 본다.

 

Think Messy.
Think Messy. by –nathan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쓰다 보니 내용이 무척 길어졌다. 그리고 다 써놓고 보니 개인적으로 반성되는 부분도 많다. 나 또한 잘못하고 있는 부분도 많고, 파트너들에게 원하는 것은 많으면서 좋은 협업을 위해 해야 될 노력은 등한시 한 것 같기 때문이다. 혹시 리서치 회사에 계신 분들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리서치 코디네이터 몇 번 해본 철 없는 사람의 푸념 정도로 봐주면 감사하겠다. 하지만 경쟁 리서치 회사 대비해서 클라이언트가 어떤 파트너로 자신을 생각하는지? 자신이 항상 함께 일하고 싶은 파트너인지? 고민해 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여기까지 써보니 이런 클라이언트는 죽이고 싶다(?)로 누군가 작성해주면 참 재미있고 도움이 될 것 같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