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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02 외소하고 약한 아버지라도 우리는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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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국민들은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다. 혈기 넘치는 대학생들만이 아닌 직장인, 아기를 업은 엄마들, 어린 고등학생까지 거리로 나서고 있다. 아마도 이번 주에 그 열기와 참여는 더 커질 것 같다.

주로 방문하고 있는 블로그에서도(정치나 사회를 주제로 하고 있는 블로그들이 아니다) 작금의 사태에 대해서 냉정한 비판의 목소리들을 내고 있다. RSS로 업데이트 되는 글들이 같은 주제로 같은 입장을 표출하고 있다. 몇 개의 글을 보다가 기분이 울적해졌다. 고기를 너무 좋아하는 딸에게 맛있는 고기를 원없이 먹게 해주고 싶다는 아빠의 이야기, 시위 현장에서 다급하게 부상자들을 치료하던 의사의 이야기, 유모차를 줄지어 세우고 도로위에서 같은 구호를 외치는 엄마들의 모습, 그런 그들을 보호하려는 군복을 입는 예비역 들의 모습... ...

작지만 의미 있는 행동을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다가 현재의 상황을 잠깐의 이야기거리로만 삼았던 나의 모습이 무척 창피해졌다. 대학생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전쟁터 같았던 시위현장을 뛰어다니던 나의 모습이 떠올라 더욱 창피했다. 그때 나는 "행동하지 않는 젊음, 지식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을 술자리마다 하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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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위현장에 서는 것이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가장 최적의 방법은 아닌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이 어린 대학생 새내기가 알 수 없는 뜨거운 열기에 동화되어 마치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것 처럼 느끼는 서투른 열기로 치부할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그 현장에 서 있던 사람들은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을, 다른 생산적인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포기한 사람들이며, 강경진압에 부상을 당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내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떻게라도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작은 소망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진심으로 신뢰와 지지의 박수를 보낸다. 조만간 나 또한 그들과 함께 한 자리 서서 같은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순진한 마음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도 정의와 평화와 같은 미스코리아들도 잘 이야기 하지 않는 가치보다 더 현실적이고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한 나라의 아버지라면 자식이 몇 등을 하는지? 자식이 얼마나 벌 수 있는지? 보다 건강한지? 세상을 행복한 눈으로 바라보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진심으로 자신 보다 자식을 사랑한다면 말이다.

큰 소리 뻥뻥쳐서 옆 집과 한 약속으로 자식이 위기에 처했다면, 설령 약속을 물릴 가능성이 0%여도 무릎끓고 빌어보던가, 멱살이라도 잡아야 하는 것이 아버지 아니겠는가? 그런 아버지라면 약하고 외소할지라도 그 자체를 인정하고 사랑할 마음이 있다. 무릎을 끓은 아버지를 일으켜세우고, 도리어 멱살을 잡힌 아버지 뒤에서 몽둥이라도 휘들를 자신이 있는 것이 자식(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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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