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킨도너츠가 도너츠를 빼고 시험대에 오르다. 


이병헌이 그 큰입으로 던킨도너츠를 맛있게 먹던 인상 깊은 광고가 17년 전이다. 당시만 해도 꽤 젊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였지만 지금은 글쎄...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지하상가 매장이다. 저렴한 도너츠와 값싼 커피를 파는 곳. 그동안 시대에 맞게 적절한 제품 변경과 포지셔닝 이동을 하지 못했고 정체된 상황에서 고급스러운 경쟁 브랜드들이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저급한 이미지로 하향했다. 아마도 브랜드 네임에서 도너츠를 빼고 주력 제품을 전환하는 것도 그 상황에 대한 대안일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그 결과 별로 좋을 것 같지 않다. 미국에서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예 카테고리와 그레이드가 다른 경쟁자 설정부터 잘못되었고 그에 따라 마음에는 들지 않겠지만 그나마 갖고 있던 가장 큰 자산을 버리는 격이랄까? (파괴적 혁신이 될는지도 모르겠지만...) 

무엇이 되었든 가장 큰 자신인 도너츠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너츠라는 제품 카테고리의 통념을 깨트리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던, 스타벅스 타겟이 아니라 도너츠가 소구될수 있는 타겟층을 재설정하고 그에 집중하던, 여튼 도너츠 기반 위에서 파괴적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정말 커피와 같은 식음료 시장을 장악하고 싶다면 차라리 난 던킨도 버리고 새로운 브랜드로 승부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것 같다. 도너츠 이미지가 싫어서 버린다면 연관성이 높은 던킨은 뭐하러 가져가나? (수많은 매장과 높은 인지도 때문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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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 vs 마케터


한때 브랜드 매니지먼트 라는 개념이 마케팅 영역을 넘어서 비즈니스 전체를 지배하던 시절이 있었다. 여전히 브랜드 아이덴티티, 브랜드 자산 등의 개념은 유효하지만 과거의 위상처럼 취급받고 있지는 못하다. 브랜드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전통적인 마케팅 개념들이 잘 통용되지 못하는 시대다. 

브랜드 관리 그리고 넓게 마케팅의 전통적인 개념은 소비자 인식 속의 포지셔닝과 점유에 대한 이야기다. 이를 위해 유효한 메시지와 이미지를 잘 설정된 채널을 통해 날카롭게 전달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인데 이 접근 방식 자체가 유효하지 않다. 과거에는 주로 TV, 라디오 등의 전통적인 채널을 잘 관리해 매스를 상대하면 되었지만 인터넷의 수많은 채널로 다원화 됨은 물론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체도 철저히 개인으로 분화된 지 오래다. 더구나 그것들은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파되고 휘발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중앙에서의 매니지먼트(관리)라는 개념 자체는 무의미하다. 

현시대는 제품(서비스)의 본원적인 힘과 경험이 중요하다. 그것이 개별 소비자들을 설득해내고 감동시키고 전파될 때 비로소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유효해지고 기본을 갖출 수 있다. 이 경향은 기술 기반의 제품과 서비스에서 더욱 강하고 알 리스와 로라 리스는 전통적인 개념에서 해당 서비스들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었다 본다. 

아이폰이라는 혁신의 기반이 있었기에 스티브 잡스라는 스토리가 얹어질 수 있었고 바로 이것이 애플 브랜드 자산의 근간이다. 구글의 검색기술이 있었기에 선함을 추구하는 천재 집단의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지 않았을까? 특정 카테고리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본 수단인 4P에서 Product의 P가 다른 모든 P를  압도한다. 제품(서비스)의 힘은 좋은 경험을 만들어 내고 그 경험은 그 수 많은 채널들을 통해 자생적인 하지만 훨씬 강력한 개인들의 메시지들이 실시간으로 광범위하게 전파된다. 바로 이 현상에 대한 이해가 기술 기반의 제품(서비스)의 마케팅, 브랜드 관리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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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으로 인한 전세계적인 스마트폰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급속한 모바일 환경의 도래로 인해 기존 휴대폰 시장에서 맹주로 군림하던 노키아와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는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한 때 혁신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노키아는 변화하는 시대를 읽지 못한 공룡기업이 되어 버렸고, 노키아를 맹추격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금껏 구시대적인 목표를 쫓아온 꼴이 되어 버렸다. 물론 그들의 전세계적인 시장점유율의 대부분을 애플이 가져간 것은 아니지만, 고부가가치의 그리고 향후 대세가 될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대응이 없다는 점에서 이들 기업의 당혹감은 실로 컸을 것이라 보인다. 지금까지도 노키아와 LG전자, 모토로라는 기존 그들의 명성에 걸 맞는 역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여전히 시장에 이끌려가고 있다. (심지어 모토로라는 구글에 팔렸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행보는 분명 그들과는 달랐다.


아이폰에 대해서 삼성전자가 취한 전략은 이전에 그들의 취했던 거시적인 전략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피처폰을 통한 점유율 싸움에서 스마트폰 선점이라는 목표로 전환해서 빠르게 따라가는 방식이었고 이는 기존의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fast follower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이러한 삼성의 행보는 온갖 비판과 욕설, 비아냥의 길이기도 했다. 함량미달인 옴니아를 마치 아이폰과 대등한 제품으로 뻥튀기 하는 마케팅, 유통채널 장악과 계열사 구매할당을 통한 판매대수 높이기, 애플의 IOS, 앱스토어나 아이튠즈 비즈니스를 카피한 것에 불과한 사업모델의 발표(바다 등) 등 물량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한 삼성전자의 대응은 미련하고 꼴사납게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불과 2년이 안 되는 시간이 지난 후 현 시점의 삼성전자는 애플을 넘어서는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애플의 아이폰에 대적할 스마트폰, 타블렛을 만들 수 있는 기업으로 포지셔닝 되고 있고, 실질적인 매출, 이익 측면의 효과도 얻었다. 새롭지는 않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압도적인 실행으로 옮기는 삼성전자의 힘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전자의 가장 큰 강점은 자신의 강점을 통해서 차별화를 꾀하고 이 차별화를 실제로 구현해 낸다는 점에 있다. 하드웨어적인 측면이든, 소프트웨어 적인 측면이든, 마케팅이든, 제휴이든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이용한다. SK텔레콤과의 초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공고한 제휴를 통해 어찌 되었든 50% SK이용자들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유일한 대안이 되게 했으며, 애플의 유일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는 구글 안드로이드와의 공고한 제휴를 통해 HTC의 지위마저 가져왔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애플보다 나은 혹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애플은 적용 안하지만 시장의 니즈는 있는 기술들을 극대화 했으며(OLED 디스플레이, DMB, 고해상도 카메라, 착탈식 배터리 지원 등) 컨텐츠 측면에서는 애플이 미칠 수 없는 영역을 강점화 했다.(멜론 등의 한국적인 무료 서비스 지원, 무료 네비게이션 지원, 학습컨텐츠 지원 등) 절대적인 평가에서는 애플에 뒤질 수 밖에 없지만 또 애플이 할 수 없는 영역에서 가능한 모든 것을 투여해 나름의 매력을 쌓아갔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장점인 빠른 제품발전을 통해 하드웨어적인 측면도 대등한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분명 이러한 삼성전자의 모습은 MS와 강력한 제휴를 통해 시장 만회를 노리고 있으나 여전히 지지부진한 노키아, 열심히 만들기는 하지만 시장 영향력이 전무한 LG와는 다른 DNA이다.


삼성전자에서 일한 적도 없고(삼성전자와 일해본 경험은 있지만) 잘 모르지만 분명 삼성은 목표를 정하면 해당 목표를 달성하는데 모든 조직, 구성원이 전력을 다하는 것에는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 자유분방하고 개인의 사고와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구기업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속도이자 힘이다. 같은 한국, 아시아의 기업도 구축하기 쉽지 않은 강점이다. 이러한 강력한 목표지향적 구조와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경쟁상대보다 강점을 갖고 있는 차별화 포인트의 극대화를 통해 2년만에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의 수장으로 포지셔닝 하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애플, 구글, 페이스북의 혁신성과 장점을 이야기하며 이들을 따라가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이들의 사업적 방향과 행보가 우리의 사업 아이템, 활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분명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위대한 기업이다. 하지만 상황이 다르다. 미국시장도 아니고, 스티브 잡스나 마크주커버그도 없고, 갖고 있는 자산도 기술도 다르다. 결코 판단의 참고사항은 될 수 있지만 잣대가 될 수는 없다. 만약 삼성전자가 애플의 방식만을 바라봤다면 결코 지금 같은 지위는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으로의 집중, 경쟁자가 하지 않거나 잘 할 수 없는 부분의 부각, 한편으로 부족한 부분의 선택적 발전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물론 그 과정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조롱의 소재일 수도 있다. 실제 삼성전자도 그랬다. 지금도 그렇기도 하고하지만 고결한 이상만으로 허둥대거나 자포자기 하는 것보다는(LG나 노키아처럼) 삼성전자처럼 굴욕마저도 감내하고 설정한 전략적 목표를 향해 맹렬히 달려가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다.


이병철 회장의 반도체에 대한 통찰이 결국 지금 삼성전자의 시작이었고 이건희 회장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현실화 되었다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 그들은 스티브잡스처럼 혁신가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모습은 애플 같은 그리고 선대 경영자와 같은 통찰을 통한 혁신을 발견하기는 힘든 구조임에는 분명하다. 그들의 가장 큰 장점이 혁신의 가장 큰 장애라고 할까?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모든 조직의 완벽한 통제, 철저한 엘리트 구조에 기반한 서플퍼런 경쟁, 그 안에서 개인의 희생, 하위 공급업체들의 막강한 우위 점유 등은 모두 기업에게는 강력한 힘이지만 혁신, 창의를 저해하는 1차적인 원인이다. (이렇게 까지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지? 기업에 대한 도덕적, 사회적 책임까지 생각하면 더더욱 복잡해지기는 한다.)

애플의 혁신이 무엇인가를 어떻게 열심히 하면 되는 결과인지? 독특한 천재를 통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런 회사와 제품과 서비스와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부러워하고 있기 보다는 돌파구를 어떻게든 찾아야 할 것이다. 그 좋은 예가 삼성전자라 생각한다. 분명 그 장점의 반대편에 또 해결해야 할 준비해야 할 과제가 잔뜩 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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