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문자와 전화가 계속 온다. 대부분 학회 후배들, 선배들이다. 오늘 촛불집회 올거냐? 어디에서 다들 모일거냐? 등등의 연락들이다. 아침에 집을 나오면서 고민중이었고 그 연락들을 받을 때 마다 또 계속 고민이 되었다. 특별히 가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왠지 내키지 않는 이유를 몰랐고 결국 그들과는 다른 자리에서 이글을 쓰고 있다. 지난 번 포스팅에서 한번 나서봐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최근의 모습들이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조금 다르기도 했고 전화가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진중한 목소리이기 보다는 마치 축제에 참석하는 들뜬 목소리도 다소 거부감이 들었다.
형 연장 제조해서 갖고갈까? 라던가, 오늘 택은 어디에서 어디로 라던가? 등등의 과거 추억속의 단어들을 들으며 나 또한 현장에 나가는 자체가 어쩌면 과거의 추억을 어루만지는 행동이 되지는 않을까 조금 두렵기도 했다.
그동안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그냥 나름의 생각들을 정리해서 주절주절 떠드는 것 밖에 한 것이 없는데 그 자리에 서는 것도 조금 우스워 보이기도 했고...
하지만 여전히 그럴싸한 이유를 붙여 보아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는 것은 이런 고민을 하는 것보다 함께 호흡하고 함께 같은 목소리를 내는, 총괄하여 행동하는 모습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조금씩 후회가 되고 있다.
그 자리에서 함성을 토해내고 있을 분들과 나와 같이 아쉬움과 불편한 마음으로 실시간 방송을 보고 있을 분들의 바램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나길 기대한다. 그리고 참석한 분이나 책임이기 때문에 막고 있을 전경 모두 상처입지 않기를 바란다. 버스 혹은 컨테이너 몇 개 넘어서 진군하지 않아도 지금 그 자체로 평화롭게 한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더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