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스티브잡스를 이야기 할 때 자주 나오는 이야기 중에 하나는 애플, 스티브 잡스는 시장조사, 마케팅리서치를 하지 않는다 라는 사실이다. 심지어 과거 마케팅부서에서 마케팅 리서치를 해야 한다고 했을 때 스티브 잡스는 마케팅 리서치는 무의미하고 어떤 의미도 줄 수 없다고 강하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 일화를 들며 시장 조사의 무용성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한다. 마케팅리서치를 주요 roll로 삼고 있는 입장에서는 참 반박을 하고 싶은데 현 시기 가장 위대한 혁신가로 일컬어지는 스티브잡스가 그렇게 말했다고 하고, 마케팅리서치를 안하고서도 애플은 연속적인 큰 성공을 실제 했기 때문에 할 말이 별로 없다.  그리고 실제 마케팅리서치를 통해서 큰 비즈니스적인 성공이 있었는가를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살펴보더라도 찾기는 힘들다.(소소한 작은 성공은 있었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케팅리서치의 전면적인 무용론을 단지 애플과 잡스 케이스만 갖고 이야기하는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생각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들 또한 잡스가 아니고 애플이 아니지 않는가?

물론 마케팅리서치가 가치가 없다고 이야기 하는 이유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우선 마케팅리서치에 대한 오해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마케팅리서치는 완벽한 솔루션이 아니다. , 마케팅리서치를 한다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혁신적인 그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며, 지금껏 한번도 볼 수 없었던 그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는 경우도 많지 않다. 그렇다면 왜 마케팅리서치를 하는 것일까? 우선 당면한 문제에 균형 잡힌 시각을 가이드 해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가 있는데 그 문제의 원인 중 어떤 것들이 가장 크고, 어떤 것들이 작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줄 수 있다. 그것을 통해 문제의 현황을 조금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물론 이 부분은 마케팅리서치를 하기 전에 전혀 모르는 사항이 아니다. 어느 정도 이러저러한 것들이 원인이다라고 대부분 예측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어떤 것이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가지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기 때문에 마케팅리서치를 통해 그 결과를 알았을 때 비로소 다음 단계의 고민들로 넘어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케팅리서치 결과를 보면서 다 알고 있었던 내용들이라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결과를 통해서 확신하고 이후 행동을 하는 것과 확신 없이 행동하는 것은 대단히 큰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 부분의 가치는 분명 크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마케팅리서치는 그 자체로 혁신을 도출할 수는 없지만 혁신에 관한 좋은 아이디어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이 부분은 마케팅리서치 홀로 가능한 부분이 아니라 마케팅 리서치 결과를 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대상 또한 중요하다. 즉 마케팅리서치 결과를 통해서 이전에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무엇을 해야 할지 불명확한데 정확한 핵심을 파악해 어떻게 해야 할지 확연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런 아이디어 그리고 액션을 점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마케팅리서치가 좋은 인사이트를 담고 있어야 한다.

정리하면 마케팅리서치가 아주 큰 혁신을 이야기해주지는 못하지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에게 문제의 현황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이전에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이 되기 위해서는 3박자가 잘 갖추어져야 한다. 방법론을 정말 잘 설계하고 오류 없이 데이터를 수집하는 리서치회사, 내부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이를 리서치로 어떻게 해결할지 판단이 뛰어난 리서치 담당자(코디네이터), 리서치 결과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사업부, 제품 담당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하며 각자의 통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 중에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있으면 경험상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마케팅리서치 자체를 한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하느냐가? 100배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마케팅 리서치가 정량, 정성적인 데이터를 모아 해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정이고, 이 과정에서 정량, 정성 데이터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180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별거 아니라 여기는 부분이 누군가에게는 핵심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찰을 갖고 있는 사람이 중요한 것이다. 물론 모자란 통찰을 다양한 기술적인 방법론, 지식으로 일정 정도는 보완할 수 있다.

마케팅리서치는 전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혁신을 도출하는데 있어서 약점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일반적인 마케팅리서치가 기존의 소비자의 경험, 평가에 기반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경우 자신이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자신들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 아이폰과 같은 개념의 스마트폰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되었겠는가? 아마 그런 개념을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을 것이고, 써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개념을 설명한 들 평가하거나 의견을 내기가 힘들 것이다. 아마 이 지점이 애플, 잡스가 마케팅리서치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팅리서치도 진일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하게 질문을 하고 그 질문의 결과만을 보여주는 것은 큰 가치가 없다. 그 질문에 대해서 그렇게 답변한 결과가 실제 제품, 회사에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것들을 해야 한다와 같은 나름의 통찰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들이 나와주어야 하며, 천편일률적인 설문조사에서 벗어나 조금 더 정교하고 정확하게 소비자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너는 잘하고 있는가?라고 물어보실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찬가지로 참 자신이 없다. 나름 노력은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아직은 마케팅리서치 전문가로서 다른 이들이 갖지 못한 통찰의 깊이도 얕고(통찰이 있기나 한 것인지?) 방법론적인 측면도 비용과 일정 핑계를 대면서 많은 실험을 하지 못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마케팅리서치의 가능성과 유효성에 대해서 아직 걸고 있는 것들이 많다.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가 IT 회사이다 보니 마케팅리서치의 역사가 짧고, 또 대부분 많은성공들이 어떤 데이터나 현상에 대한 분석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라 다들 개인적인 통찰에 기반해 이루어낸 것들이라 마케팅리서치를 어떻게 써야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 효과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몇몇의 경우는 중요한 인사이트를 발견했고 그것들이 실제 서비스 담당자에게 새로운 아이디어의 단초가 되었던 적도 있다. (혼자만의 생각이면 어떻하지?^^) 아직은 작지만 개인적으로는 중요한 성취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선 효과성에 대해서 많이 알리고 싶고, 문제를 겪고 있는 대상과 적극적인 융합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단순한 결과 제공자가 아닌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미약하지만 해결방안도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이 필요할 것이다.

IT 회사에서의 마케팅리서치라는 부분이 아무도 걸어본 길이 아닌지라 선택했고, 그래서 참 재미도 있지만 역시 기존의 전통적인 업종 대비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경험한 사람이 없으니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곳도 제한적이고, 넘어야할 선입견도 많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 존재하는 가능성이 있기에 존경하는 잡스님께서 필요 없다고 해도 의기소침해지지는 않을 생각이다. 리서치 관련한 일을 하시는 분들 중 시장과 소비자(유저)의 가치와 가능성을 믿는 분들이라면 서로간의 중요한 노하우나 의견을 나누는 것도 참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