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리서치 업계(아니 넓게는 해외까지)는 과거와는 조금 다른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그 현상의 가장 큰 방향은 합병을 기반으로 한 몸집불리기, 중급 규모 회사들의 사라짐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기억으로 처음은 TNS-RI 합병이었다. 글로벌 차원에서 TNS RI를 합병하면서 영국계 리서치 회사인 RI는 사라졌고 TNS는 확연한 세계 2위의 조사 업체로 성장했다. (물론 국내는 아직 TNS-RI를 동시에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다음의 빅딜은 입소스의 시노베이트 인수였다. 글로벌도 같은 흐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TNS-RI의 합병 후 국내에서는 입소스의 공격적 확장이 진행되었다. 규모를 늘렸고 다양한 세미나 개최 등 기존보다 굉장히 공격적인 시장공략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 정점에서 시노베이트를 인수했다. 국내의 경우 인수 전까지는 시노베이트가 규모나 매출면에서 입소스보다 큰 회사였기 때문에 입소스는 시노베이트 인수로 인해서 확실한 메이저 업체로 성장했다. 그리고 국내 로컬 리서치 회사의 대표주자인 동서리서치의 폐업이 있다. 폐업의 이유가 회사 자체의 경쟁력의 부재로 인한 것이 아닌 다른 이유였기 때문에 매우 안타까웠던 사건이었다. 최근에는 일본 1위 리서치 회사로 성장한 마크로밀이 엠브레인과 합병하였다(엠브레인에서는 전략적 투자유치라고 표현을 했지만 일본 마크로밀이 엠브레인의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전반적으로 외국계 메이저 회사들은 더욱 튼실한 성장과 규모를 다질 수 있게 되었으나 중소규모의 회사들은 다소 하락세의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정리된 회사들도 있고 정리수순으로 가고 있는 회사들도 존재한다. 물론 국내 빅클라이언트라고 할 수 있는 LG전자의 실적저하에 따른 리서치 물량 자체가 빠져나가면서 가속화된 측면도 있다.

조금 더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합병으로 인해서 대규모 인력의 이동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인수,합병 시 결과적으로 헤게모니를 장악한 회사 위주의 정리가 이루어지다 보니 그렇지 않은 쪽의 인원의 이탈이 발생하는 것 같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기존 RI 구성원들 일부는 합병 후 입소스로, 시노베이트 구성원은 입소스 합병 후 GFK, 동서리서치 폐업 후 일부는 SMR로 이동했다 한다.

이런 현상이 개별 기업의 특수한 상황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딜의 규모가 크고 고유의 패턴을 갖고 있다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리서치 업계 자체가 안정적 매출의 확보, 매출 규모의 확대가 일정 정도 정체 되다보니 사업적 리스크 증대로 인해 합병을 통한 규모 증대로 헤지할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향후 이러한 경향은 특별한 반등이 없는 이상 지속,심화 될 가능성이 높고 결국 더욱 큰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경쟁력 낮은 중소규모의 회사들의 입지가 더 불안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른 하나는 기존 수익성 보다는 규모 일변도의 경쟁이 불러온 결과는 아닌지 모르겠다. 많은 리서치 회사들이 수익성의 증대 보다는 얼마나 많은 매출을 했느냐를 중요하게 고려하고 이를 위해 굉장히 저가 프로젝트 경쟁을 펼쳤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경쟁전략은 규모가 큰 회사 입장에서는 모르겠지만 중소업체에게는 장기적으로 누적되었을 때 큰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더불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리서치회사들의 발빠른 대응이 늦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모바일 시대로의 급속한 패러다임 변화. 그 과정에서 SNS의 성장, 빅데이터 분석이라는 화두 도출 등 기존의 시장조사가 대응이 안 되는 현상들이 빠르게 진행이 되다 보니 시장조사의 유의미성이 점점 훼손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전통적인 조사방법들 (FTF FGD )의 유효기간이 얼마나 될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취해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결국 내실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규모의 경제를 계속 추구할 수 있는 외국계 회사들은 그 방향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다. 더불어 새로운 변화에 따른 다양한방법론적인 진화도 꾸준하게 R&D 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소규모의 로컬 회사들의 경우 기존 가격경쟁력을 통한 규모 증대는 큰 의미가 없다. 작지만 효과가 큰 또는 특정영역에서 강점을 가지는 회사가 되어야 하며, 매출 규모가 아닌 수익성이 좋은 회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투자와 배려가 더욱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방법론이 도출되어도 그것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리서처, 사람이다. 얼마나 많은 좋은 인재들이 떠나가고 수익성 낮은 프로젝트를 위해 허덕이고 있는가? 냉정하게 사람에 대해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참고로 이상의 이야기는 100% 검증된 fact는 아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들은 정보이기 때문에 실제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큰 방향에서의 리서치업계의 최근 트렌드와는 다르지 않을 것이라 본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