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이 마케팅리서치를 통해서 나온 제품이 아니라는 점, 소비자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는 점 등이 이야기되며 요즘 부쩍 마케팅리서치의 무용론이 대두되는 것 같다. 물론 애석하게도 위에 2가지 사실은 모두 맞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 마케팅리서치에 대한 오해 또는 몰이해가 존재한다.

 

아이폰은 마케팅리서치를 통해 이용자의 이용행태를 살펴보거나 니즈를 도출해서 세상에 나온 제품이 아니다. 그보다는 기존부터 시장에 존재했던 스마트폰에 대한 니즈를 애플이 기술, 디자인, UX, 어플리케이션 등의 혁신을 통해 정확하게 충족시켰다고 봐야한다. 아이폰 이전에도 스마트폰, PDA 폰 등이 시장에 존재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은 실패했다. 기존 제품들은 소수의 얼리아답터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며 장난감처럼 이용하는 제품에 불과했지 기술적 관심이 전혀 없는 일반 대중이 이용하기에는 수 많은 barrier들이 존재했고 이를 전혀 해결하지 못한채 시장에 출시되었다.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하지만 애플은 이 barrier들을 아주 나이스하게 해결해 일반 대중이 쉽고 편하게 이용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제공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스티브잡스, 조나단아이브 같은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이 존재했다. 그들은 스마트폰 카테고리 제품에서 이용자 입장의 문제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케팅리서치는 필요가 없다. 제품을 개발하는 주체가 문제의 정의부터 해결방법까지 나름의 통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애플 그리고 스티브잡스와 같은 통찰을 보유하고 있는가? 중요한 것은 마케팅리서치를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 가 아니라 문제정의와 그 해결방법의 도출에 있어서 해당 기업이, 담당자가 통찰을 보유하고 있는가?이다. 애플은 그 통찰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 통찰을 얻기 위해서 마케팅리서치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케팅리서치를 안했기 때문에 아이폰이 나온 것이 아니다. 오해하지 말고 자신의 기업이 애플이라고 자신이 스티브잡스라고 착각하지 말자.

맞다. 소비자, 더 넓게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비로소 제품을 손에 들어보거나 서비스를 받아봐야 자신이 원했던 것이 이것이라는 것을 안다. 또한 어떤 경우에는 대단히 이성적이지만 또 다른 경우에는 대단히 감성적이다. 말과 행동이 다르고 자신이 생각하거나 느끼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지도 못한다. 이런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리서치를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다. 조금 더 비약하면 로데이터부터 잘못된 데이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팅리서치 결과는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케팅리서치는 바로 이 전제조건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러한 특성을 가진 소비자이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 그들을 이해해야 할까? 바로 거기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bias를 최소화할 것인지 방법론적인 고민도 깊어야 하며 결과의 해석에 있어서도 데이터에 의한 일차적인 해석이 아닌 큰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마케팅리서치에 부정적인 사람들의 대부분은 일차적인 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다. “ 저 응답에 저렇게 응답이 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서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가 대부분 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왜 그런 상식과 다른 결과가 도출되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바로 거기에 통찰이, 문제를 해결할 단서가 숨겨져 있다.

 

마케팅리서치를 아무리 해도 아이폰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것은 마케팅리서치 결과가 이야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해석하는 기업이 도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마케팅리서치를 하면 혁신적인 제품이, 문제의 해결방법이 도출된다고 생각한다. 마케팅리서치는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단서를 모아서 제품을 개발하고 솔루션을 찾는 것은 본인이 해야 하는 것이다. 그 단서를 찾는데 있어서 마케팅리서치가 물론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담당자가 이용자의 입장에서 뜯어보고 뜯어봐서 단서를 찾을 수도 있고, 기업내의 전문가들의 브레인스토밍을 통해서 찾을 수도 있다. 다만 이용자들의 다양하고도 깊은 이용행태와 니즈를 살펴보는데 있어서 상대적으로 마케팅리서치가 효율적인 차이가 있을 뿐이다.

마케팅리서치를 하면 대단한 것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이용자들이 왜 그렇게 답했는지 파악하는 것에 큰 관심이 없거나, 내가 제일 잘 알기 때문에 내가 고민하면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마케팅리서치 절대 하지 말기를 추천한다. 돈과 시간의 낭비다. 교과서에서도 마케팅리서치는 첫술과 같다고 서술하고 있다. 첫술에 배부르려고 한다면 너무 욕심 아닐까?

 

통찰이 없어 혁신을 찾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단서라도 원하고, 본인의 아이디어를 발화시키기 위한 자극이 절실하며, 이용자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하다면 마케팅리서치는 분명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파트너가 되어줄 것이다. 물론 마케팅리서치를 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는 것이 몇백배는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