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회사에서 근무한지도 어느덧 6년 정도가 되었다. 6년 동안 가장 많이 했던 업무는 전사 및 계열사의 마케팅리서치 프로젝트 수행이었다. 중간 중간 사업기획이나 전략지원, 사업제휴 등의 프로젝트도 진행을 했지만 메인은 역시 마케팅리서치였다.

그리고 아마 올해부터는 마케팅리서치 업무가 아닌 사업단에서 기획업무를 하게 될 것 같다.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물론 마케팅리서치 업무를 계속할 수도 있었지만 일정 정도 성장의 한계점에 다다른 느낌도 있었고 또 조직에서도 업무의 변화를 원하기도 해서 일단 그렇게 결정을 했다.

돌아보면 마케팅리서치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다. 아직 더 해야 할 것도 많고 지금까지보다 더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언자, 지원의 역할보다는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은 없지만 실제 기획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던 것이 사실이다.

 

 

처음 입사하면서 마케팅리서치를 시작하며 다짐했던 목표는 명확했다. 서비스, 게임의 기획 출시까지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요 이슈를 정리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도구로서 성장시켜 보자는 것이었다. 결과는 중간 중간 나름의 성취는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먼저 인터넷서비스, 게임과 마케팅리서치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실제 서비스는 속도가 무척이나 중요한데 마케팅리서치의 속도가 이를 잘 따라가지 못했고 서비스와 게임의 특성을 반영한 방법론도 많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방법을 찾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더불어 데이터 분석에 의한 서비스, 게임의 기획보다는 감성, 영감에서 시작하는 서비스의 특성과 관행간의 괴리도 존재했다. 이 부분에서는 확실히 개인차가 존재했던 것 같다. 마케팅리서치 결과를 통해 자극과 아이디어를 얻어서 서비스에 잘 녹여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단순한 참고 데이터 정도로만 활용하는 이도 존재했던 것 같다.

상위의사결정권자의 의지도 중요했다. 지원의 도구로서 잘 활용하고자 했던 분도 계셨지만 단순 지원으로만 기능하기를 기대하는 분도 계셨었다. 전자의 경우는 영역이 확장되어 마케팅리서치가 아닌 문제 해결 역할까지 확장이 되었지만 후자의 경우는 수동적인 지원 역할에 충실해야 했다.

이런 상황적인 문제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개별적인 프로젝트의 완결성에만 중점을 두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하나의 기능, 도구로서 더 잘 쓰이게 하기 위한 외부적인 노력들을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실무진이 고민할 이슈가 아니지 않을까라고 고민만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터넷 서비스, 온라인 게임 영역에서 마케팅리서치는 실제 기획자에게 영감을 주는 수단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새로운 현상이나 트렌드를 전달하고 불명확한 상황을 명쾌하게 보여주고 이용자의 정확한 의도와 니즈를 정리해 주는 것 아마도 그것이 맞는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반대로 기회영역에서 조금 더 마케팅리서치의 활용성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잘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이용자의 니즈가 인터넷 서비스와 온라인 게임에서는 더욱 불분명하고 잘 드러나지 않는다. 라이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일상적이어서 이기도 하고, 이용자도 자신이 원하거나 불만족하는 것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 부분이 마케팅리서치가 잘 못했던 영역이기도 하고 반대로 그 가치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더욱 많은 니치시장과 세분화된 니즈를 갖게 되는 모바일에서는 더욱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물론 모바일에서의 방법론은 더욱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개인적으로 마케팅리서치를 통해서 얻는 것은 거시적인 시각과 이용자 입장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반면 부족한 것은 특정 영역에 대한 깊이일 것이다. 마케팅리서치 베이스를 갖고 시작하는 기획업무라는 것이 가능성이 있는 도전일까 여전히 의구심이 드는 건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가장 획기적인 업무의 전환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 많은 서비스와 게임을 보고, 이용자를 직접 또는 데이터로 만나면서 갖게 된 역량이 또 나의 가장 큰 장점이 되지 않을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세상에 내어놓을 수 있을까? 그것이 지금은 나의 가장 큰 고민이다.

덧붙임

마케팅리서치를 주된 테마로 했던 블로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도 고민이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