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

2019. 7. 20. 02:39 from Life note

요양원으로 옮긴 고모를 보고 왔다. 손을 잡고 눈을 맞춰봐도 고모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동네에서 유명할 정도로 어여뻤던 고모는 여전히 요양원에서도 이쁜 환자로 통했지만 그 사실조차도 알지 못한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가장 닮았던 고모는 그렇게 하루 종일을 누워 알 수 없는 단어만을 반복적으로 내뱉거나 초점 없는 눈으로 무엇인가를 응시하고만 있었다. 아버지가 겹쳐지며 다시 잃고 싶지는 않다는 두려움이 가득해졌다. 

 

본고사를 보기 위해 서울 고모네 집에서 한 달 정도를 있었을 때 야심한 밤, 방에 있는 나를 불러내어 유명한 기사식당을 데려가 참 맛있었던 우동을 사주는 것으로 응원을 대신할 정도로  고모는 좀 센스가 있었고, 코트 주머니 속에 넣어 두었던 담배를 사촌 동생 녀석이 꺼내어 고등학생 신분의 흡연을 딱 걸렸을 때도 "이제 대학생 되려면 몇 달 안 남았으니 엄마한테는 걸리지 마라"라고 할 정도로 쿨했다. 

 

나도 어른이 되어 내 인생을 챙긴다는 바쁨이라는 핑계속에 그렇게 몇 년에 한 번 고모를 볼까 했다. 미련하게도 꼭 이렇게 되어야 후회가 된다. 고모가 나를 다시 알아보면 다른 것은 몰라도 저 기억 속의 고모의 멋있음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돌아오는 길. 어쩌면 나 지금 인생을 잘못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아마 그런 것 같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