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야 미안해.

2019. 8. 26. 00:25 from Book

 

씨네 21을 매주 읽었으니 아마도 내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읽었던 작가 중에 한 명이 "김혜리" 기자일 것이다. 고백하건대 당시 그녀의 글은 참 이해하기 힘들었고 취향도 그쪽이 아니라 생각했다. 평론인지? 개인적인 에세이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지극히 사적인 감흥과 이야기에 천착한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그녀의 글에 얽힌 그 수많은 레퍼런스에 대한 낮은 이해는 더욱 그녀의 사유를 따라가기 힘들게 했다. 그런데 출간된 지 12년이 지난 이 책을 (심지어 절판되어 중고 서적을 구했다.) 집어 든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영화 이야기를 다룬 책이 없는 요즘 명저라고 추천되는 이 책을 뒤늦게라도 보고 싶었고, 둘째는 이십 대에서 사십 대가 된 지금 그녀의 영화 이야기에 대한 나의 개인적 반응이 지금은 어떨지 궁금했다. 

 

이 책은 당연히 그녀의 영화에 대한 리뷰에서 부터 감독과 배우에 대한 평론으로 구성된 책이다. 당연하게도 12년 전 책이기 때문에 옛날 영화(?)와 과거 찬란했던(?) 감독과 배우들이 주인공이 되어 버리는 기이한 일이 발행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난 그녀의 리뷰를 대부분 영화를 보기 전에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본 영화에 대한 리뷰를 읽게 되니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어쩌면 당시 난 글로써 영화를 이해하려고만 했기에 더욱 그녀의 글에 몰입할 수 없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적인 이야기에 천착한다는 그녀에 대한 나의 평가는 놀랍게도 "아! 이 사람 나랑 비슷한 동류 일지 모르겠다."는 동질감으로 바뀌어 갔다. "허문영" 평론가가 평한 그녀는 더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보다는 한 사람의 타인에게 라도 피해를 주지 않는 것에 더 고심하는 소심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녀의 글은 거창하거나 거시적이지 않고 개인적이고 미시적이었구나 라는 것을 이제 이해했다. 그리고 그 지점에 나의 깊은 정체성 또한 고스란히 투영되었다. 

 

12년이 지나서 이제서야 그녀와 그녀의 글을 아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그 시절의 네임드 평론가들은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고 "보니-꾼" 식구들과 하늘에 있는 "다니엘" 형이 괜히 보고 싶었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