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전의 경험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유럽의 어느 선진 기업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생활용품의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지요.

나름대로는 당시에 마케팅에 자신이 있었고 현업 외에 여러 마케팅 현상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방문한 기업의 여성 마케터 한 분이 저에게 불쑥 이런 질문을 해왔습니다.

당신이 맡고 있는 브랜드의 고객을 알고 계세요?

질문을 받고 잠시 멈칫했습니다.

고객을 알고 있느냐니?

그래도 마케팅을 해 온 사람인데 당연히 우리 고객을 알고 있는거 아닌가?

그런데 왜 이런 질문을 했을까?

하는 생각들이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지요.

그런데 연이어 또 다른 질문들이 던져져 왔습니다.

고객을 알고 있다면 지금 그 고객이 어디 있습니까?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고민은 무엇이지요? 이성 문제로 고민하나요?

휴일에는 어떤 생각을, 어떤 고민을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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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을 받으면서 저는 잔잔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뭔가가 머리에 ‘툭하고 온 것이죠.

제가 고객을 알고 있었던 것은,

진심으로 고객을 알고 이해하고 그를 위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매일 고객 중심의, 고객 만족의, 고객 감동의..라고 하는 것들이

스쳐 지나가는 표면적인 것이라는 것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고객을 안다는 것은,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고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고객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을 넘어서서 진실로 고객의 마음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이제껏 고객을 머리로 알고 이해했다면 그것을 버려야 합니다.

고객은 객관적이고 냉철한 분석가,완벽한 자를 친구로 사귀려고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함께 고민해주고

해결책을 함께 찾으며

여행도 같이 떠나주기도 하는,

그런 사람을 친구로 사귀려 합니다.

조금 덜 완벽하더라도 가슴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을 사귀고 싶어합니다.

브랜드는 신뢰매력으로 이루어 진 것입니다.

이 신뢰와 매력은

단순히 똑똑하다,잘 생겼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만은 아니지요.

요즘 들어 예전의 그 경험이 다시 되새겨 집니다.

살면서 자주 잊고 사는 것들이 있는데

이것도 그런 것들의 하나였지요.

다시금 그것을 기억해내고 실천해 보아야겠지요.

고객을 가슴으로 이해한다면,

간절하게 그들의 고민을 걱정해 주고, 기쁨을 주려고 노력하고

그런 와중에서 교감되는 철학을 만들어 내고, 좋은 상품을 만들어내고 좋은 캠페인을 만들어 내게 되는 것입니다.(이것을 기법화 해서 햇반의 마케팅에 적용한 적이 기억납니다).

시대가 변해가면서 점점 브랜드 캐릭터(Brand Character:브랜드 품격)의 시대로 전개될 것이다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현대화,첨단화가 진행되는 반대 급부로 몰인간화,물질화가 급속히 진행될 것이며 이런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좀 더 인간적인 것에 대한 욕구가 증폭될 것이라는 예측 하에, 좀 더 인간적인(품격) 것이 소비자를 끌어 당길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나는 좋은 것을 갖고 있다, 비싼 것을 갖고 있다, 좋은 몸을 갖고 있다라는 것으로 어필하는 것이 아닌, 이런 가슴을 지닌 사람으로 어필하는 것이 효과가 커질 것이라는 것이지요.

이런 요소를 감안한다면 지금까지의 프로모션, 광고, 이벤트 들은 앞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입니다.

천편일률적으로 단순한 제품설명서(제품 기능이 이렇게나 좋다! 저 잘났다고만 외치고 외치는)나 리플렛, POP들 보다는,

진정한 고객의 친구로 얘기하는, 그런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많아질 것이고, 그런 브랜드들이 많이 등장할 것이고 그런 브랜드들이 각광 받을 것입니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패턴의 활동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당연했던 활동들이 금새 촌스러운 활동으로 인식될 것입니다.

고객의 현재 상황, 일주일간의 life pattern, 계절별 life pattern, 걱정과 미래의 계획, 인간관계 등에 대해 미세한 부분까지 알아야 하고,

특히 심리상태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고객을 아는 것이고 그래야만 고객의 친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가슴으로 다가서는 브랜드, 거기에서 비롯된 마케팅 활동,

그 새로운 영역을 함께 찾아가 보지요.

<(주)CJ 마케팅실장 김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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