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1=회사원 유모(33)씨 가족은 요즘 국민은행 신용카드만 쓴다. 지난 5월 이사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을 때 국민은행 신용카드 발급과 함께 3개월에 200만원 이상 쓰는 조건으로 금리를 0.01%포인트 할인받았기 때문. 자연스레 그동안 지갑 안에 들어 있던 여러 장의 신용카드들은 자동 정리됐다.


#상황 2=1일 서울 현대백화점 신촌점. 추석을 앞두고 쇼핑객이 북적이는 가운데 예전에 1층 로비와 10층 통로에 놓여 있던 현대카드의 이동식 부스가 자취를 감췄다. 대신 10층 현대백화점 고객센터 내에 현대카드 직원이 나와 있었으나 이곳까지 올라와 카드 발급을 신청하는 고객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현대·롯데·삼성 등 전업계 신용카드사들이 ‘잔인한 계절’을 맞고 있다.

2003년의 ‘카드대란’을 극복하고 경영이 정상화 궤도에 접어들었으나 은행계 카드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체크카드의 소득공제 확대, 길거리 회원 모집 전면 금지 등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부터 백화점이나 영화관 등의 출입구와 통로에서 신용카드 회원을 모집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윤보현 금감원 수석검사역은 “카드사들이 구성한 자체 점검반이 경쟁사를 감시하는 ‘크로스 체크’를 벌인 뒤 이달 중순 그 결과를 통보받는다”며 “길거리 모집이 적발되면 강력한 제재를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롯데카드는 이날부터 롯데백화점·마트 내 이동식 부스를 모두 철거하고, 고정식 부스 운영에 들어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동식 부스 철거로 고객 입점 시간에 맞춰 ‘기동력 있는’ 마케팅을 벌일 수 없게 되는 등 중요한 고객 유치 채널을 잃었다”며 “은행계와의 경쟁이 더욱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1분기 기준 전업계의 카드발급수와 가맹점수는 각각 4382만장과 1059만곳으로 은행계(3952만장, 591만곳)를 압도하고 있으나 시장점유율(이용금액 기준)은 41.6%(38조7117억원)로 오히려 은행계 58.4%에 뒤지고 있다. 여기에 회원수 1013만명으로 ‘업계 맏형’ 역할을 해 온 LG카드가 신한금융지주에 넘어가면 전업계 카드사는 삼성·롯데·현대 등 3개사만 남게 된다. 이럴 경우 전업계 점유율은 44.9%(신한카드 제외)에서 27.2%로 뚝 떨어진다.

설상가상으로 재정경제부도 8월 말 내놓은 세제개편안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체크카드의 소득공제율을 신용카드보다 5%포인트 많은 20%로 확대키로 했다. 체크카드 발급에는 은행 계좌가 필요해 수신 기능이 없는 전업계는 체크카드 이용액의 0.5%를 은행에 수수료로 내놔야 한다.

황현택 기자 ⓒ 세계일보&세계닷컴(www.segye.com

[세계일보 2006-10-02 08:12]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