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KOTRA 공동조사 일본 제외하면 제일 비싸… 최고 42만원 차이 “비싸야 잘 팔린다” 심리… 백화점 마진 높아

 

샤넬 ‘2.55백’ 한국 277만원, 대만 242만원, 싱가포르 251만7000원, 태국 274만9000원, 일본 281만8900원.


한국에서 팔리고 있는 ‘명품(해외 유명 고가 브랜드)’ 가격이 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한국을 비롯해 일본·대만·태국·싱가포르의 일반 매장에서 팔리고 있는 명품 핸드백을 비교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국내 소비자에게 인기 브랜드로 꼽히는 루이비통·샤넬·프라다·페라가모의 핸드백 중 같은 모델명의 제품을 비교했다.


◆일본 제외하고 아시아에서 가장 비싸

한국에서 팔리고 있는 명품 핸드백의 가격은 다른 아시아 국가의 가격과 비교했을 때 최고 17.5%까지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명품 핸드백의 가격은 보통 100만~200만원을 넘어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명품 핸드백 가격은 최고 42만원까지 차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가격이 비싼 이유에 대해 샤넬측은 “한국은 관세와 부가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경우, 핸드백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8%이다. KOTRA와 함께 조사 대상 국가의 핸드백 수입 관세를 조사해본 결과, 싱가포르는 무(無)관세이고, 태국이 40% 관세를 부과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만은 6.6%로 한국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태국은 관세가 40%임에도 오히려 한국에서 팔리는 핸드백 가격이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 관계자는 “관세 때문에 비싼 게 아니라 ‘좀 비싸도 부자들은 사간다’는 심리가 가격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왜 한국이 비싼가?

명품 브랜드 관계자들은 “한국에서는 제품 가격이 비싸야 더 잘 팔린다”고 말한다. 페라가모코리아측은 “국내에 진출한 다른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가격을 높이 올리다 보니 합리적으로 가격을 매기는 우리 브랜드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다”면서 “한국에서 팔리는 명품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싼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명품 브랜드들은 한국의 가격이 높은 이유에 대해 백화점의 높은 마진율을 꼽았다. 즉 백화점에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려면 가격을 높게 매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브랜드와 백화점은 백화점 마진율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루이비통과 샤넬만 9~11% 선이고 다른 명품 브랜드는 23~25% 선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나라는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로드숍(가두점)이 많지만 한국은 판매 경로가 거의 백화점에 집중되다 보니 수수료 부담이 많이 든다는 설명이다.


루이비통코리아측은 “한국이 아시아의 다른 국가에 비해 통관 비용과 백화점 마진 등 제품에 따르는 제반 비용이 높다”고 밝혔다.


◆원화 강세 중에도 가격 조정은 안 해

올 한 해 1달러당 1008원하던 원화가 913원까지 떨어지는 등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높아졌다. 하지만 조사 대상에 올랐던 4개 브랜드는 지난 1년간 한 번도 가격을 조정하지 않았다. 원화 가치가 높아질수록 수입 가격은 싸지는데도 브랜드는 이를 외면한 것이다. 각 브랜드 담당자에게 가격 조정을 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지만, 모두 확실하게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프라다코리아측은“환율·관세·내국세·물류비용이 다 반영된 가격”이라면서“이탈리아 본사에서 가격을 결정할 뿐 우리는 본사의 가격 정책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대 소비자학과의 여정성 교수는“소비자 입장에서는‘명품’이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이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명 브랜드의 비싼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이런 인식이 지속되는 한 가격이 비싸다는 사실은 오히려 수요를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06-12-22 02:37]    


명품이야 효용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가치로 사는 것이지만 한국 사회는 기형인 것은 분명하다. 그 심리적인 가치의 대부분이 드러내기에 의한 우월함이니 말이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