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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서비스나 게임을 주력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는 기업(이하 IT기업)에서 마케팅리서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IT기업의 역사 자체가 짧기도 하고...) 그리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 현재도 마케팅리서치를 전담하는 조직이 없는 경우도 많다. 즉 마케팅리서치 결과를 의사결정에 반영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서 마케팅리서치의 필요성이나 효용성에 대해서 아직도 이견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왜 IT 기업은 마케팅리서치에 대한 관심이 적었을까?

우선 성공한 IT기업의 경우 창업자나 핵심 인력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성공한 경우가 많다. 즉 마케팅리서치를 통해서 시장을 뜯어보고 그 안에서 소비자(유저)의 미충족 욕구(unmet needs)를 기반으로 사업을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특정 아이디어에 대한 개인의 확신과 뚝심으로 성공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기획자의 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또한 그 동안 마케팅리서치는 IT기업 보다는 전통적인 소비재 기업에 친화적인 조사방법, 모델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마케팅리서치가 IT기업의 이슈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데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즉 마케팅리서치를 통해 얻은 결과들이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가설을 단순 확인하는 수준에서 그치거나 다소 생뚱 맞은 결과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로인해서 끊임없이 효용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었던 것이 사실이다.(물론 발전하고는 있지만 현재도 어느 정도 이러한 경향이 존재한다.)

더불어 의사결정 과정에서 속도전의 양상을 보이는 IT기업의 특성상 짧게는 한달, 길게는 몇 개월이 걸리는 마케팅리서치의 결과를 기다리기 힘들었다. 당장 결정해야 하는 사안을 마케팅리서치를 통해서 검증할 여유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현 시기에서 마케팅리서치가 주목 받는 지점은 무엇인가?

가장 우선적으로는 경쟁의 심화에 따른 실패 확률이 높아진 것을 그 첫번째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초창기 웹과 게임은 상대적으로 경쟁자가 적고, 가능성이 풍부한 시장이었다. 즉 오프라인 기반의 시장 대비 블루오션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특정 서비스를 선점하는 것만으로도 승승장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성공한 웹서비스기업을 한번 살펴보라. 검색, 메일, 커뮤니티, SNS 등에 최초로 진입한 기업이 현재에도 가장 성공한 기업인 경우가 많다. 게임의 경우에도 장르를 선점한 기업이 현재에도 메이저 기업으로 남아있다. 웹보드 게임으로 성공한 NHN의 경우 현재도 웹보드 게임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두고 있고, RPG로 성공한 NC도 여전히 RPG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기업이다. (복수의 서비스 카테고리에서 모두 성공한 기업을 찾아보기는 참 힘들다)

그런데 이제 대부분의 기업이 이렇게 선점한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얻어낸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카테고리의 시장으로 진입해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 되었고 그로 인해서 싸움의 전선자체가 확장된 전면전의 양상을 띄게 되었다. 이로 인해서 경쟁은 점점 심화되고 있고 실패의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의 아이디어에 기반해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그러한 아이디어를 검증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또한 어느 정도 패턴화된 웹과 게임유저의 습성상 이제 아이디어 자체도 유저를 통해서 도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목받고 있다. 즉 시장과 유저를 관찰하고 그를 통해 그들이 기대하는 니즈를 찾고 그에 기반한 서비스나 게임을 런칭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관점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실패의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도출되었다고 본다.

다음으로 이제 추진에만 올인하던 IT기업이 시스템화 되면서 추진에 대한 관리와 검증 자체가 필요하게 되었다. 즉 기존에 관행처럼 추진되어 오던 마케팅 활동이나 서비스들이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인지 검증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즉 마케팅리서치는 유저의 중요성이 커지고,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며,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에 대한 검증 도구가 필요한 현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좋은 대안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그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들에 맞게 마케팅리서치가 발전된 상황은 아직은 아니다. 일단 마케팅리서치는 업종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적용을 통해서 조사방법이나 노하우가 발전되는데 역사 자체가 웹이나 게임이 짧다 보니 아직까지 쌓인 경험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리서처 또는 리서치를 하고 있는 국내의 대부분의 인력들이 IT에 대한 지식들이 많지 않은 것도 중요한 이유라고 보인다. 훌륭한 마케팅리서치는 업종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그에 따른 최적의 조사방법이 결합되야 도출된다고 보는데, 업종에 대한 이해가 없다보니 잘못된 조사방법을 적용하기도 하고, 결과에 대한 해석자체도 1차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IT에 친화된 방법론과 노하우를 연구하고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 지금이라고 보인다.

그런 점에서 전통적인 소비재 시장보다 이루어낼 것이 많다는 점에서 IT기업의 마케팅리서치는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Posted by honeybad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