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케이 디자인은 일본 기업들이 어느 정도 유니버설디자인을 도입하고 있으며 활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조사를 2003년과 2004년 그리고 2006년, 3회에 걸쳐 실시하여 기업의 UD활용 랭킹을 발표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3회에 걸친 조사에서 상위를 차지한 기업 중 끊임없이 UD에 투자와 연구를 아끼지 않고 있는 TOTO와 마쯔시타 그룹을 통해 UD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으며 UD를 활용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자료제공 : 트라이포드 디자인 그룹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모든 것은 시작된다.’라고 TOTO는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생각의 근원은 자기보다 주위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와 ‘깨달음’에서 시작되며, 자기 자신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을 통해 주위 사람들이 불편해 하고 있는 것을 깨닫고 이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것이 TOTO가 말하는 UD의 시점이며 TOTO의 디자이너 및 상품 기획자들은 항상 ‘TOTO의 유니버설 디자인 5원칙’을 마음에 새겨두고 상품개발을 지속적으로 해내가고 있다.




TOTO는 거주자의 라이프 스테이지의 변화에 맞추어 ‘오랜 세월 정든 집에서 오래 생활할 수 있는’것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TOTO가 제작하는 것들은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제품이기 때문에 더욱 더 배리어프리 상품의 개발과 제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TOTO는 30년 전부터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으며, 1991년에는 실버 연구실을 설립하여 물 사용과 관련된 장소를 중심으로 고령자의 생활 실태에 관한 연구도 시작하였다. 1996년에는 고령사회 대응형 비지니스 사업화를 목표로 하여 레프리스 추진부(현 UD추진 본부)를 발족하고, 2002년 4월에는 UD연구소를 설립하였다.
UD연구소의 설립으로 TOTO는 다양한 소비자의 심리나 행동을 계속적으로 파악하고 연구하고 있다.


TOTO는 고령자나 장애자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복지용품 등의 개발과 함께 2002년에는 UD연구소를 설립하여 많은 소비자들이 사용하기 쉬운 UD시점의 상품이나 공간의 연구 개발에 임해왔다. 이전에는 키타큐슈시에 있는 UD연구소를 거점으로 활동해 왔지만, 치가사키 공장에 신축한 R&D센터 안에 일본 내 최대 규모의 연구 및 검증, 연수시설이 갖추어진 UD연구소를 2006년 2월 1일 신설하였다. UD연구소에서는 편리한 사용에 대해 검증하면서 사용자가 눈치채지 못한 잠재요구를 개발자가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생활 씬 검증 스튜디오’와, 1960년대의 주공간과 최신의 주공간을 비교할 수 있는 ‘리빙 레버러토리(Living Laboratory)’, 조명의 변화로 상품이나 공간의 색이 사람에게 주는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라이팅 룸’ 등 여러 가지 용도의 9개의 검증 스튜디오를 완비하고 있다. 또, 고령자 유사 체험이 가능한 TOTO의 오리지널 장비 ‘노화 시뮬레이터’, 도쿄대학과 공동 개발한 특수한 불투명 유리를 이용해 노안을 체험할 수 있는 ‘노안 시뮬레이터’ 등, 최첨단 기기를 설치하여 UD상품의 개발에 힘쓰고 있다.

UD연구소는 제품개발 외에도 산•학연합의 공동 연구나 해외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 거점으로써 UD기반 만들기의 용도로도 사용되고 있으며 향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외 UD네트워크의 구축에 주력해 나갈 예정이다. 또 개발자나 쇼 룸 어드바이저 등 유사 체험을 통해 UD감각을 겸비한 사원 육성을 목적으로 한 연수 기능도 겸비하고 있다.


인간은 한 사람 한 사람 연령이나 체형이 다 다르다. 아이에서 어른, 그리고 노화나 상처, 또는 장애 등 모든 인생의 상황, 모든 라이프 스테이지에 대하여, 안전하고 쾌적해서 누구나가 사용하기 편하다고 느끼는 상품•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TOTO의 UD연구소에서는 인간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UD연구소는 ‘제품개발’ ‘인재육성’ ‘연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제품개발 다양한 고객과의 대화나 실제 상품의 사용 검증을 반복하고, 새로운 UD를 제안하여 TOTO의 제품개발의 기점으로서 지속적인 상품개발을 실시한다.
인재 육성 UD연구소는 개발자 육성의 장소임과 동시에, 개발자•쇼 룸 어드바이저 등의 체감형 연수 시설로도 사용된다. 각종 시뮬레이터나 오래된 주택의 사용성 등을 유사 체험으로 경험함으로써 사용 씬 검증 등을 통해 새로운 발상을 깨우칠 수 있는 개발자 육성과 상품개발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UD 시점을 가진 개발자의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쇼 룸 어드바이저의 연수장은 고객의 입장에서 유사 체험을 하여 고객의 현상을 실감하고 개발 컨셉을 어떻게 고객에게 전달하면 좋을지, 어떤 새로운 생활 씬을 제안하면 좋을지를 깨달아가는 장소이기도 하다.
연구 UD연구소에서는 산•학 연합 공동 연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가며, 대학 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에 의해 소비자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을 사용하는 주변 공간’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



UD연구소에서는 소비자의 실제 생활에서 제품 개발의 힌트를 얻기 위해 ‘UD모니터 네트워크’를 만들어 ‘생활 씬 검증’과 ‘생활실태 조사’ 등을 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들을 연결시켜 ‘UD사이클’로 시스템화하여 개발자와 소비자의 대화와 관찰에서 얻어지는 ‘깨달음’을 누구든지 사용하기 쉽다고 느낄 수 있는 ‘배려’로 바꾸어 제품개발에 적용하고 있다.


UD활용 랭킹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쯔시타 그룹은 일본 내에서도 수많은 UD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나나매(비스듬한) 세탁기’를 들 수 있다. 마쯔시타 그룹 역시 그룹 자체의 UD원칙을 가지고 있으며 그 원칙을 바탕으로 UD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것은 마쯔시타의 UD제품이 아니라 사용설명서의 UD적 개선이다. 우선 마쯔시타 그룹의 제품개발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에 대해 알아보자.

‘소비자들에게 좋은 제품 만들기’야 말로 마쯔시타 그룹의 DNA이다. 오랫동안 마쯔시타는 이 말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제품 개발에 힘써왔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과 함께 마쯔시타의 제품 개발 이념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어 ‘소비자들에게 좋은’이라는 기업의 기본적 마인드가 어느새 ‘기술 중심의 발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자 마쯔시타는 다시금 ‘인간 중심의 발상’을 베이스로 다양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때 마쯔시타는 UD의 개념을 접하게 되었고, UD의 근본 개념이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 만들기’ 그 자체인 것을 알게 되자 UD를 배워 실천해 나감으로써 마쯔시타의 DNA를 한층 더 강화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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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해하기 쉬운 조작

최첨단의 가전제품은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만큼 조작이 어려워지기 쉽다. 그렇지만, 조작 설명서를 읽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기본적인 조작은 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위해 누구라도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본 조작법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한다.

2. 알기 쉬운 표시와 표현
가전제품의 버튼이나 스위치 등의 문자가 보기 힘들었거나 조작하면서 헤맸던 적은 없는가? 마쯔시타는 백내장이나 색각 장애를 가진 사람이더라도 분별하기 쉬운 문자나 색, 직감적으로 알기 쉬운 표현을 연구•개발하여 제품에 반영한다.

3. 편한 자세와 동작
일상생활 속에는 허리를 굽히거나 서거나 앉거나 하면서 의외로 무리한 동작들이 많다. 고령자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이를 더욱 힘들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제품을 어떻게 하면 몸에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을지를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여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4. 이동과 공간의 배려
단높이나 장애물이 있으면 불필요한 움직임이 필요해져 위험성이 높아진다. 특히 노인이나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단높이나 장애물을 가능한 한 없애고 보다 안전하게,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치밀한 연구를 한다.

5. 안심•안전의 배려
일상생활 내에는 의외로 많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 하고 안심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다.

6. 사용 환경의 배려
제품이 쓰여지는 방법은 사용자에 따라 다양하다. 일상생활 속에서 설치•수납이 힘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누구라도 사용하기 쉬운 제품’의 중요한 요소이다.
지금까지 서로 다른 두 기업의 UD에 대해 소개하였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인간(사용자)중심’이라는 키워드를 들 수 있다. UD를 말하고자 할 때, 먼저 ‘인간성’과 ‘인간 존중’이라는 말을 전제하지 않고는 결코 이야기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으면 한다. 우리 나라 기업들도 소비자 중심의 디자인을 표방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는 있으나 진정으로 소비자 중심의 디자인을 느끼는 것은 기업이 아니라 바로 소비자들이다. 때문에 이를 올바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소비자 입장에 서서 제품을 사용하고 생각하고 연구하는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들도 좀 더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진정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철저히 분석한 후 디자인에 적용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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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일본 매뉴얼 콘테스트에서 ‘Manual of the Year'를 수상한 마츠시타 전기산업의 ’간단 IH북‘을 소개한다. IH사용설명서가 UD의 시점에서 개선한 후 어떻게 변했는가를 신형과 구형을 비교하면서 설명하고자 한다.


오른쪽이 신 버전으로 이미지 사진을 잘 사용하여 고급스러운 느낌을 연철하여 잡지의 표지 같은 느낌이 풍기고 있다. 타이틀이 ‘쿠킹북’에서 ‘간단 IH북’으로 변경된 점도 주목할만한 점이다.


IH 쿠킹히트는 어떤 조리 기구인가를 신 버전에서는 심플하게 정리하였다. 표지와 같이 이미지 사진이 사용되어 유저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런 제품이라면 사용하고 싶다’라고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은 과연 어느 쪽일까?


각 부분의 명칭과 기능 설명에 관한 페이지를 비교해 보면 구 버전은 ‘어떻게 하면 많은 기능이 있다고 보일 수 있을까?라는 느낌으로 몇 번을 봐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였다. 그러나 신 버전에서는 12, 13페이지에서 4, 5페이지로 이동하여 ‘보는 것 만으로도 알 수 있다‘라는 컨셉으로 철저히 재구성하였다. 예를 들어 가장 포인트가 되는 것이 손의 사진이다. 이 부분은 ‘캥거루 주머니‘로 불리는 조작부인데, 구 버전에는 ‘누르면 열린다‘라고 쓰여 있지만 신 버전에서는 그림을 통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변경하였다. 그릴 부분에도 생선을 올려 놓는 것만으로 ‘여기는 생선을 굽는 곳‘ 이란 것을 순간적으로 알 수 있게 하였다.


구 버전인 ‘쿠킹북’ 에서는 니꾸자가(고기감자조림)등을 예로 요리 방법을 설명하였으나, 신 버전에서는 구 버전의 요리 방법을 없애고 화력조절의 기준과 조리별 포인트에 비중을 두어 가스 조리의 화력을 기준으로 IH쿠킹의 화력을 알기 쉽게 설명하였다. 또한 가스렌지와 같은 요령으로 요리를 하면 실패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사진과 코멘트를 적절히 사용하여 설명하였다.


안전상의 주의를 정리한 중요한 페이지이다. 구 버전에는 경고항목 10가지와, 주의항목 25가지를 2페이지로 나누어 정리한 것을 신 버전에는 각 부분별로 경고 정보를 정리한 결과, 경고 항목을 없애지 않고도 경고 4항목, 주의 3항목으로 줄여 펼치면 한 눈에 들어오도록 정리하였다.

Posted by honeybadger :

CEO가 알아야 할 신사업 평가의 본질적 문제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CEO는 데이타와 개인적 신념을 의사결정의 주요 고려사항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의사결정 포인트를 가지고 통찰력 있는 평가를 하는 것은 어렵다. 신사업을 추진하는 CEO는 사업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신사업의 올바른 평가를 위해 CEO들이 고려해야 하는 의사결정의 포인트들을 짚어본다.
 
경영의 구루로 칭송 받는 피터 드러커는, 현재의 리더 기업이 30년 후까지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핵심기술은 진부화 되고, 시장은 성숙해지며, 산업 자체가 쇠퇴할지도 모르는 경영 환경에서 기업은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신사업을 추진한다.  
침체하는 PC산업에서 애플은 아이팟 신사업으로 성장의 길에 들어섰고, GE와 IBM은 서비스 분야의 신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성장 모멘텀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성장을 위해 추진하는 신사업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다. 더 큰 문제는 신사업 하나만의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자체의 존망에도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쌍용, 진로 등 국내 우량 기업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난 것도 바로 잘못된 신사업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실패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은 CEO들에게도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데이타와 개인적 신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CEO들에게 믿고 의지할 거리를 찾게 만든다. 그래서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통계자료나 숫자에 연연하게 되는 것이다.  

숫자가 지니는 명확성과 가시성은 의사결정자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더구나 광범위한 시장 리서치와 계량적인 분석에서 도출된 숫자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결과물로 사람들이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CEO들은 최종 의사결정에서 객관적으로 보이는 숫자를 중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숫자가 도출되기까지의 가정, 추정의 근간이 되는 시장 상황보다 숫자 그 자체를 중시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경우다. 예를 들어 ‘3년 내에 매출 3천억원이 가능한가?’라고 기준을 제시하는 CEO에게 올바른 의사 결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CEO는 매출의 결과보다는 매출을 일으키는 전략 방향의 기준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숫자 못지 않게 의사결정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이 CEO의 자기중심적 독선이다. 인간은 누구나 심리학적으로 편향확증(Confirmation Bias)이라고 하는 자기 중심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즉, 자신의 신념에 응하는 것들은 쉽게 믿거나 찾게 되는 반면, 자신의 생각과 모순되는 것들은 인정하지 않거나 무시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시장의 변화를 무시하고, 조직의 역사, 자신의 경험과 취향에 근거한 신념이 편향확증에 의해 부정적 독선이 되기 쉽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들의 자동차 신사업 실패, 코카콜라의 게토레이 인수 포기와 뉴코크 신사업 추진, 러버메이드(Rubbermaid)사의 신사업 방안 등과 같이 CEO 독선에 의한 실패 사례는 수없이 많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의 참모들이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어떻게 사업을 평가해야 하는가?

말콤 글래드웰의 베스트셀러 ‘블링크’를 보면 재미있는 사례가 나온다. 연주단원을 뽑는 오디션에서 장막을 치고 심사를 하기 시작하자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 예전에 비해 여성과 흑인 단원의 비율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도입한 장막 오디션은 피부색과 성별에 관한 편견을 제어하고 좋은 소리라는 평가의 본질이 드러나도록 함으로써 심사위원의 정확한 판단을 도운 것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 모델로 평가 받는 신사업의 경우에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CEO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신사업을 포장하고 있는 계량화된 자료, 혹은 개인적인 신념으로 사업성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신사업 추진을 결정하는 CEO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사업의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 오디션에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장막을 설치한 것처럼 CEO들에게도 신사업의 올바른 사업성을 평가하기 위한 의사결정의 도구가 필요하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한 CEO의 네 가지 핵심 질문(Key Questions)  

사업은 크게 고객, 경쟁, 역량의 세 가지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모든 CEO들은 이러한 요인들을 살펴보고 사업의 가능성을 평가한다. 그러나 각 요인의 핵심을 짚는 것은 저마다 다르다. 그 부분에서 올바른 의사결정과 잘못된 의사결정이 갈리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신사업의 사업성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CEO들이 던져야 할 Key Question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Key Question 1. 통계 자료 너머에 있는 고객의 마음속 소리를 들었는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각종 시장 규모 자료, 계량화된 고객 서베이(Survey) 자료가 가지는 맹점은 문항을 만들고 자료를 만드는 사람의 사고 틀에서 고객의 니즈가 규격화된다는 점이다. 즉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매력타점(Sweet Spot)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매력타점이란 소비자가 가장 크게 느끼는 심리적 혜택이자 고객의 충족되지 않는 욕구(Unmet Needs) 중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최우선의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매력타점을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정성적인 소비자 조사다. 표적집단 면접법(Focus Group Interview), 래더링(Laddering) 테스트, 참여관찰법처럼 고객의 표현을 직접 듣고, 고객과 함께 호흡하는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CEO들은 고객의 소리에 대해 정량적인 자료보다는 이러한 정성적인 방법을 통해 도출한 결과인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의사결정에 참고해야 한다. 실제로 신사업을 추진하는 선진 기업들은 이러한 정성적인 소비자 조사를 의사결정의 중요한 자료로서 활용하고 있다.

인텔의 사례를 보자. 인텔은 첨단 기술의 개발만으로 고객의 니즈를 해결하고자 하지 않는다. 고객이 진정으로 그 가치를 느끼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인텔은 PPR(People and Practice Research)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류학 및 사회학 전공자로 구성된 이 연구팀은 TV, 집, 거리 등에서 볼 수 있는 세계 각국 사람들의 생활 습관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인텔은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이 중시하는 가치와 열망을 이해하고,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여 신제품 개발의 중요한 아이디어로 활용한다. 현재 인텔의 주력 노트북 PC 플랫폼인 센트리노 개발도 당시 사람들이 휴대용 PC를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중요한 의사결정 자료로 활용한 결과였다. 현재 인텔은 2004년에 비해 PPR 연구 인력을 3배가 넘게 증원했다고 한다.   

Key Question 2. 기존의 게임룰을 바꿀 수 있는가?  

기업의 신사업 중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상품을 발명해서 사업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오히려 이미 경쟁업체가 존재하고 이들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쟁의 측면에서 CEO들이 의사결정 재료로써 주로 활용하는 것은 경쟁사 대비 매출 확대 방안과 원가 절감 방안 같은 것이다. 경쟁사와는 달리 어떠한 차별적 가치를 고객들에게 제공해 매출을 확대할 것인지, 경쟁사에 비해 어떻게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물론 이러한 전술적인 자료도 중요하지만 CEO가 의사결정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기존의 경쟁 구도를 파괴하고 새로운 게임룰을 창조할 수 있겠는가의 여부다.   

기존의 게임룰을 깨트리지 못하는 전략과 전술은 경쟁 기업들이 쉽게 모방할 수 있다. 그들의 경영 프로세스, 사업 구조 등이 기존의 게임룰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룰의 파괴는 기존 기업의 경영 프로세스, 사업 구조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신생 PC 생산업체 델(Dell)은 컴팩, HP, IBM 등 기존 업체들과는 전혀 다른 게임룰을 가지고 시장에 들어왔다. 규격화된 최신형 컴퓨터를 소매상을 통해 공급하는 게임을 고객이 요구하는 사양으로 고객에게 직접 배달하는 게임으로 바꾸었다.  

즉, 기존의 게임이 R&D를 통한 컴퓨터 성능 향상과 강력한 유통망 확보 여부가 승패를 가른 반면, 델은 고객이 원하는 사양의 부품을 제때 공급받아 적시에 배송하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의 역량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에 델의 경영진은 R&D비용을 경쟁 기업 대비 10% 수준으로 과감히 줄이고 공급자 관리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시켰다. 그 결과, PC의 원조 업체격인 IBM은 PC 사업을 매각하고, 델은 세계 1위 PC 업체로 올라 설 수 있게 되었다.   

첨단 사업뿐만이 아니다. 전통 상품인 가구 업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이케아(IKEA) 역시 기존의 게임룰을 바꿔 시장에 진입하여 큰 성공을 거둔 경우다.  

이케아는 상대적으로 값비싼 완제품 가구를 주택가 인근의 중소형 매장에서 판매하는 기존의 게임룰과는 다르게 시장에 진입했다. 교외 대형 매장에 쇼룸 형태의 전시를 함으로써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의 옵션을 제공하고, 동시에 가구를 고객이 직접 조립하고 배송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대폭 낮추면서 물류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했다. 조립식과 대형 매장의 차별적 게임 룰은 강력한 원가 절감 요인으로 작용하였고, 경쟁 기업들은 자신의 사업 방식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를 극복할 수 없게끔 되었다.   

경쟁 가구 업체들이 4~5조원 규모의 매출에 머물러 있는 동안 이케아는 전세계 24개국 196개의 매장에서 18조 원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Key Question 3. 내부 역량에 국한된 근시안적 시각(Myopia)에서 벗어났는가?

과거에는 자신이 가진 기술, 인력 등 내부 역량만을 가지고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정보의 공유가 힘들고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이 중요했던 아날로그 시대에는 이러한 방식이 유용했다.   

하지만, 현대인의 대표적 필수품인 핸드폰을 보자. 초창기의 핸드폰과 달리 현재의 핸드폰은 카메라, MP3, DMB, 메모리 칩 등 통신 기기 이상의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다. 이 모든 기능을 한 기업이 직접 개발, 제조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현재의 사업 역량은 주변의 역량을 자신의 목표에 맞게 어떻게 결합 시킬 수 있을 건인가에 달려있다.  

문제는 여전히 많은 CEO들이 과거의 아날로그의 평가 방식을 준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자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사로잡혀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의사결정에 매달린다는 점이다. 신사업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성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만으로 신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CEO들은 남들과 차별적인 게임 룰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핵심역량이라고 할 지라도 외부에서 역량을 보충, 조달할 수 있는지를 우선 확인한다. 핵심역량의 내부화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핵심역량을 어떻게 조달, 육성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가를 의사결정의 중요 포인트로 삼는 것이다.    

애플의 사례를 보자. 2001년 신사업으로 추진한 아이팟(i-Pod)은 적자 위기에 처해 있던 애플을 순이익률 10% 수준으로 올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사업이다.  

당시 아이팟은 MP3의 후발 제품이었다. 애플은 기존의 플레시 메모리 기기 중심의 MP3 시장을 고객이 원하는 음악을 최대한 많이 들을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 주는 시장으로 게임룰을 바꾸었다. 이러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음악을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인터넷 컨텐츠,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음원 확보, 이를 결제할 수 있는 온라인 뱅킹, 보다 많은 음악을 저장할 메모리 용량이 필요했다.  

애플의 경영진은 적극적으로 부족한 역량을 외부에서 조달하도록 했다. 인터넷 컨텐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컨텐츠 설계 회사를 인수했고, 다양한 음원을 확보하기 위해 소니, EMI 등 메이저 음원사와 제휴을 맺었다. 온라인 뱅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금융사와도 직접 제휴를 맺었다. 또한 기존의 플래쉬 메모리에서 다소 외형이 커지더라도 용량이 큰 HDD 메모리를 주요 부품으로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Key Question 4.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할 수 있는가?

대다수의 CEO들은 매출에 큰 관심을 갖는다. 이에 신사업의 예상 매출액이나,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매출 성장률을 중요한 의사결정의 근거로 삼는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 성장률보다 CEO가 의사결정의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이 사업을 통해 시장 트렌드가 만들어 질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괄목할만한 성장을 만드는 기폭제가 바로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고객의 트렌드가 된다는 것은 틈새 시장(Niche Market)이 아니라 대중화된 시장(Mass Market)이 탄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의 아이팟이 기존의 매킨토시와 같은 시장을 만들었다면 지금의 높은 수익률을 창출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팟의 문화, 소위 ‘iLife’의 트렌드가 대중 속에 뿌리내림으로써 엄청난 수요가 창출된 것이다.

이마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마트는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최저 가격으로 제공하는 대형 할인점이라는 사업 모델로 시장에 진출했다. 사업 시작 후 불과 10년도 안되어 매출 5조 원을 달성한 이마트의 성공 요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 시켰다는 점이다. 기존 가정 주부 단위의 소규모 생필품 장보기 문화를 가족 단위의 쇼핑 문화로 바꾼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영국기업으로 세계 3위의 인테리어 대형 유통업체(Home Improvement Big Box Retailer) B&Q가 대만에 진출할 때, 본사 경영진들이 주목한 것도 바로 새로운 트렌드의 가능성이었다.  

당시만해도 대만에는 직접 주거 시설을 개선하는 DIY(Do It Yourself) 문화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B&Q의 경영진은 DIY 방식이 대만 사람들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고민했다. 주거의 형태, 국민 소득의 향상, 서비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기존 시장의 서비스 품질 등을 통해 DIY가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 B&Q의 경영진들은 대만에 진출할 것을 결정하고 적극적으로 DIY 문화를 홍보했다. 그 결과 대만은 B&Q가 진출한 지역 중 최고의 매출을 올리는 시장 중 하나로 성장했다.
 
숫자나 전술보다는 큰 그림을 보아야...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계량적인 숫자나, 경쟁사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싸울 것인가 하는 등의 전술적인 문제는 실행 부서가 고민해도 충분하다. 오히려 가정과 추측이 난무하는 세부 정보에 매달리기 보다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향후 게임룰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시장 트렌드를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는가 하는 보다 커다란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CEO가 필요하다.

LGERI 유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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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의 전략이나 전술의 수립에 있어서 가장 기본은 환경에 대한 분석이다. 환경분석은 목적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진행하지만 일반적으로 3C (Company, Customer, Competitor)를 가장 기본 프레임으로 진행한다. 이러한 환경분석을 진행할 때 3C의 프레임을 두고 접근방식으로는 Top Down과 Bottom Up 방식을 취한다.

Top Down Approach는 분석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 상위의 개념들을 통해 분석의 대상을 규정하는 방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SKT, KTF와 같은 통신서비스 기업이 분석대상이라면 이보다 상위에 위치한 통신시장의 변화 추이를 통해 통신서비스 기업을 분석하는 것이다.

Bottom Up Approach는 분석이 대상이 되는 것보다 하위의 개념들을 통해 분석의 대상을 규정하는 방법을 말한다. 앞에서 든 예를 통해서 보면 SKT, KTF의 하위에 속한 한 통신서비스 종류, 요금제도, 조직구조 등을 통해 통신서비스 기업을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접근법을 선택할 것인지는 사안과 대상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두 가지 모두를 시행했을 때 조금더 치밀하고 구체적인 분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두 가지를 모두 시행하는 것이 좋다.

Top Down, Bottom Up Approach는 환경분석에만 적용가능한 것은 아니다. 어떠한 형태의 분석이나 상황을 규명하기 위한 것에는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본인 업무의 능률을 올리고 쉽다는 주제에 대해서 접근 할 때도 적용이 가능하며, 추석귀향길을 선택할 때도 적용이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분석하고자 하는 대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중요한 요인들) 모두 고려하면서 분석하기에 적절한 방법인 것이다.

아주 단순한 프레임이지만 우리들의 사고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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