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색이 IT 회사를 다니기도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같이 게임하는 것이 로망이기도 했던 터라 스마트폰을 억지로 아이와 멀어지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린 시절부터 좋은 게임은 추천해서 해보게 하기도 하고, 조작법도 검색방법도 적극적으로 가르치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4학년이 된 해에 스마트폰을 사줬다.. (물론 와이프님의 극심한 반대가 있기도 했지만) 물론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응용력을 보여주고, 엄청난 타수와 남자친구들이 최고의 게임 친구로 꼽는 딸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역시나 아직은 어린지라 확실히 과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초등학생 엄마들이 스마트폰 때문에 한번은 사생결단을 치른다는 말도 있고, 공신폰이라고 스마트폰에서 네트워크 기능을 제외한 폰이 초인기인 것을 봐도 스마트폰은 부모들에게는 애물단지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근 2년 동안 첫째딸을 지켜보며 들었던 아쉬움은 게임을 엄청 좋아하거나 과몰입하는 경향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처음 사주고 가르쳐야 할 것들을 가르치지 않았구나 하는 것이었다. 인터넷에서 지켜야 하는 매너, 카톡과 같은 SNS의 양면성, 감정을 담기에는 제한되는 텍스트라는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오해 등 가르쳐야 할 것이 무궁무진한데 그것들에 등한시했다. 조금 엄하게 사용하는 상황을 보고 반 혼내면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몰라서 구나 라는 것들을 느끼기도 했고, 확실히 자극이 세기 때문에 어린아이가 시간을 정확하게 컨트롤 하는 것은 훈련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여전히 스마트폰 때문에 이런 저런 문제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연습과 노력을 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 고민들은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과 모든 부모들의 공통분모인데 그 동안 써드파티앱들이 제공하던 솔루션을 구글과 애플이 제공하기 시작했다. 애플은 IOS 12에 내장된 스크린 타임이라는 기능으로 그리고 구글은 패밀리링크라는 앱을 제공한다. 확실히 자유도가 높은 안드로이드가 더 많은 것을 컨트롤하고 모니터링 할 수 있다.(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안드로이는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하다. 도청까지도...) 기능은 예상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용앱들을 모니터링 하고, 사용시간을 제한하고. 물론 이 앱들을 통해서 기본적인 과몰입에 대한 훈련을 할 수 있지만 올바른 사용법이라는 관점에서의 컨텐츠는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요즘 애들의 높은 지적 수준(?)을 고려 할때 제한은 빠져나갈 구멍이 많고 , 디테일이 떨어진다. (카톡은 가능하지만 카톡에서 검색이나 웹컨텐츠 접속을 막는 정도는 되야 한다. 이걸 제어하는 앱도 벌써 존재한다.) 아직은 시작이어서 그렇겠지만 마치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것을 적게 접촉하게 하려는 관점 말고 직접 올바르고 건강하게 사용하는 방법, 직접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관점이 아쉽다. (다 막아도 이 녀석들은 스마트폰을 통한 새로운 것들을 계속 개발한다. 첫째 스마트폰을 약속을 어긴 벌칙으로 동의하에 거의 모든 기능을 막았던 적이 있는데 나중에 보니 메모장에 소설을 잔뜩 써놨더라.또 그게 글을 쓰는 습관이 되기도 했지만...)
영드 블랙미러에 자녀의 모든 것을 모니터링하고(시각, 청각, 건강상태까지) 심지어 시각도 특정 장면은 자동 모자이크 처리도 가능한 서비스를 다룬 에피소드가 있다. 그 에피소드의 황망한 결말은 모니터링을 통한 컨트롤을 문제점을 극대화해서 보여준다. 한번 보면 아마 여러 생각들이 드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