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상 임상옥은 정치 혹은 권력과의 관계에 대해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어서도 안된다고 했다. 어느 면에서는 정치적인 중립성을 가져야 한다고 볼 수도 있고 민감한 사안에 따라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에 실패할 경우 기업은 본원적인 시장 경쟁력이 아닌 다른 차원의 리스크를 갖게 됨은 물론 통제할 수 없는 정치적 싸움에 의해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아고라는 초기 기획의도는 중립적인 토론의 장,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했지만 결국 지난 10년 동안 권력을 갖지 못한 쪽의 전초기지와 같은 서비스가 되어 버렸다. 그렇기에 그 기간 동안의 운영은 어느 면에서는 매우 용기 있고 의미 있는 행동이었다. 거상 임상옥의 가르침을 배반하는 서비스였지만 상도가 아니라 신념으로 운영되는 서비스도 멋지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 아고라가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고 이는 결국 거상의 가르침이 또 유의미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권력을 갖지 못한 특정 정치 지지 집단이 사안들을 공유하고 토론하던 곳은 이제 그들이, 그들이 지지하는 세력이 권력을 갖게 되자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큰 서비스의 동력을 상실했다. 아고라는 이제 태평성대에 어울리지 않는 서비스가 되어 버렸다. 인터넷의 가장 초창기 형태인 BBS로 공유하고 소통하는 형태를 가진 마지막 서비스였기에 소셜과 사진과 동영상으로 소통하고 논쟁하는 요즘 시대의 젊은 새로운 이용자 확보에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모든 비즈니스와 서비스는 지속 가능성과 결국 벌어드린 매출로 평가 받을 수 밖에는 없고 결국 그래서 아고라가 서비스를 종료할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만 아고라만은 조금 다른 의미로 기억될 것 같다. 모두들 정치적 중립성을 지향하던 시대에 반대의 길을 갔던 서비스. 그 곤조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