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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0.08 소설의 주인공 팝니다
  2. 2006.10.08 꽃미남 지고 훈남이 뜬다
  3. 2006.10.08 브랜드 아이덴터티의 중요성과 실수

소설의 주인공 팝니다

2006. 10. 8. 15:34 from information

2005년 8월에 공포소설의 스테판 킹(Stephen King), 변호사 출신의 존 그리샴(John Grisham), 로맨틱 소설의 노라 로버츠(Nora Roberts), 아시아계를 대표하는 에이미 탠(Amy Tan) 등 다양한 소설 장르를 아우르는 미국을 대표하는 16명의 소설가들이 곧 발간될 자신들의 소설 속 인물들의 이름을 경매에 내놓았다. 언론자유를 상징하는 미국 헌법 수정조항 제 1조를 수호하고 널리 알리는 프로젝트의 기금 모금 활동의 일환으로 이 소설 속 인물의 이름을 경매에 붙이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대표격인 스테판 킹의 올해 발간된 소설, 『Cell: A Novel』에 나오는 '레이 후이젠가(Ray Huizenga)'라는 이름의 주인공은 무려 2만$ 이상의 돈을 내고 자신의 이름을 소설 속에 심었다고 한다.


스테판 킹의 경우 워낙 작가로서의 스타일이 확실하여 경매 참가자들이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의 분위기와 성격을 대충 미리 짐작을 할 만도 한데, 친절한(?) 작가 자신이 대략 언질을 주었다. "(이 소설은)폭력성이 두드러지고, 핸드폰 시그널 때문에 망가지는 사람들을 그릴 예정이다. 싸구려 위스키처럼 맛이나 뒤끝은 고약해도 아주 만족스러울 것이다." 이와 함께 공포 소설의 대부답게 '소설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역할을 원한다면, 여성 이름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나라에서는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로 번역된 『Lemony Snicket's 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시리즈에서 작가는 세 명의 불쌍한 고아의 막내인 '말 잘하는(an utterance)' 애기의 이름을 구한다 했고, 존 그리샴은 자신의 다음 소설에서 '선한 역할(in a good light)'을 맡을 것이라고 간단하게나마 언급을 했으나, 에이미 탠이나 노라 로버츠는 인물이나 소설의 성격에 관해서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고, 그냥 경매품으로 내놓았다. 그런데도 에이미 탠이나 노라 로버츠의 소설에 자기의 이름을 쓸 수 있는 권리도 모두 2천$ 이상에 팔렸다고 한다.


브랜드 이름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꽤 진행을 했고 지금도 몇몇 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솔직이 개인적으로 이런 프로젝트는 피하고 싶은 경우가 많다. 우선 제품이나 서비스에 담고자 하는 뜻이 명확하지도 않은데, 이름부터 내놓으라, 또 이름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아서 피하고 싶다. 제대로 된 작명가(作名家)라면 아이의 이름을 질 때 사주팔자(四柱八字), 돌림자, 부모의 바램 등을 고려하여, 적합한 조합의 이름을 내놓는다. 그런데 제품의 특성, 목표 시장, 향후의 계획조차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이름부터 만들어 내놓으라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만든다. 물론 이런 기업들을 노리고, 좌판 벌이듯이 자신들이 예전에 만들어 놓았던 이름들을 나열해 놓고 골라 가십시오 하는 브랜드 이름 짓는 회사들도 꽤 있기는 하다.


한편으로는 이름을 결정할 시점에서 보통 2~3개의 최종 후보를 내놓게 되는데, 그 이름들을 추천하게 된 배경은 보지 않고, 이름자만을 놓고 왈가왈부하게 되는 경우를 무척 자주 겪게 된다. 브랜드 이름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우선 제품에서 이름을 통하여 내세우고자 하는 방향을 잡는다. 예전의 아이 이름을 짓는 방식에서 보면, 아기가 나중에 장군이, 학자가,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소망을 담는 것과 비슷하다. 그 방향을 합의하고, 실제 이름이 가지게 될 분위기를 결정한다. 가볍게, 활기 차게, 침착하게, 감성적으로 등등이 되겠다. 역시 이에 대한 합의를 거쳐서 두 세 가지를 최종적으로 내놓게 되는데, 실제 이름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때 앞에서 한 합의는 까맣게 잊거나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이름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모두 폐기처분하고 새로운 것들로 가지고 오라 우기는 경우가 가끔 생긴다. 그리고 제품 판매 등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맘대로 둘러대고 해석할 수 있으므로 이름만큼 핑계대기 좋은 것도 없다.


이번 소설 속의 이름 경매는 이름만을 작가들에게 주고, 처할 상황과 인물의 성격은 작가들에게 전적으로 맡긴 셈이다. 작가들에게 얼마나 그 이름을 어느 정도의 빈도와 비중을 가지고 써야 한다는 구속력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이름들을 해석하고 분위기를 만들어 낼 만한 여지는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조정래 선생이 자신의 소설 속 인물들 이름을 작명하며 겪었던 고민에는 한참 모자란 상태에서 타협이 이루어져서, 인물에게 이름이 붙여질 것 같다. 많은 명작 소설들에서 특정 이름을 가진 인물을 위하여 소설이 쓰여진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그것이 그만큼 고심하여 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워낙 유명하여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그 소설 속의 이름들에 익숙해진 후천적인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고민의 바탕이 없이는 그런 후천적인 결과도 따라올 수 없다. 지난 주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 영화를 잠깐 옛 기억을 되살리며 보았는데, 거기서 '스칼렛 오하라(Scarlett O'Hara)'는 그 누구도 아닌 스칼렛 오하라이어야 하고, '렛 버틀러(Rhett Butler)'도 그 어떤 다른 이름이 대신 할 수 없다. 그 누가 수백만$을 낸다고 해서 다른 이름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소설 속 이름에 대한 권리를 팔기 전에, 영화나 드라마에 자신의 제품을 노출시키는 소위 PPL(Product Placement) 기법을 소설에까지 적용시키는 것이 2~3년전부터 자주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로 소수의 소위 명품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유명 작가에게 미리 돈을 내고 자신의 브랜드 이름을 그들의 작품 중에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도 일반화되다 보니 제목에 브랜드 이름이 들어 가면 얼마, 주인공의 입에서 브랜드를 호명하면 얼마하는 식으로 가격이 매겨지게 되었단다. 그러니 소설 속 인물의 이름을 경매에 붙이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문학의 세계를 떠나서도 사실 예전 같으면 생각할 수도 없는 것들이 경매에 부쳐져 팔리고 있다. 2005년 미국 남부의 애틀란타 동물원은 갓 태어난 고릴라의 이름을 메이시(Macy) 백화점에 팔았다. 그 고릴라의 이름이 고릴라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메이시 베이비(Macy Baby)'가 된 연유이다. 역시 미국 남부의 텍사스(Texas)에 있는 인구 125명의 작은 마을인 '클락(Clark)'은 위성접시(Satellite Dish)로 방영되는 TV를 10년 동안 무료로 보는 대가로 마을 이름을 'DISH'로 고쳤단다.


"우리 문화에서는 이미 상업적인 메시지를 담지 않은 빈 공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미국 문화의 몰락(The Twilight of American Culture)』의 저자인 모리스 버만(Morris Berman)의 경고성 문구가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사족(蛇足)>

우리 나라 TV프로그램에서 옷이나 가구 등에 붙은 브랜드 딱지를 모자이크 처리하여 가리는 것을 보면, 작품성 따위는 희생되어도 좋다는 '원천봉쇄' 식의 발상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오로지 한 길로, 표피적으로 치닫는다는 데서 위에서 본 지나친 상업화와 근본적으로 다를 바 없다.



<박재항,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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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지고 훈남이 뜬다

인간적인 매력, 훈남은 우리의 자화상
 


‘훈남’을 아시나요?
40대를 넘긴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말일 듯하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요즘 온통 훈남, 훈녀에 대한 얘기들로 북적거린다. 훈남은 ‘훈훈한 남자’를 줄인 신조어다. 인터넷에서 훈남을 검색하면 완소훈남(완전 소중한 훈훈한 남자) 혹은 완소훈녀 등이 즐겨찾기로 나올 정도다. 요즘 꽃미남이 지고 훈남이 뜨고 있다. 꽃미남은 많은 사람들이 수긍할만한 외모를 가진 사람을 지칭하지만 훈남은 외모에 상관없이 나를 설레게 하는 남성을 가리킨다. 원빈, 장동건 등 조각 같은 얼굴과 몸매가 꽃미남의 전형이었다면 수줍은 미소나 터프한 말투, 세련된 옷맵시 등이 훈남의 조건들이다.


위버 섹슈얼을 넘어 훈남으로

강인한 전통적인 남성상에서 꽃미남(메트로섹슈얼) 시대를 거쳐 이 둘의 장점을 합한 위버섹슈얼(ubersexual)이 한 동안 산업 전반의 트렌드를 이끌었다. 최근에는 영화 ‘왕의 남자’의 열풍으로 양성미를 추구하는 스타일을 의미하는 크로스섹슈얼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런 트렌드의 중심에는 예쁜 남자라는 기본적인 사고가 깔려 있다. 강인함 속에서 부드러움을 표현한 위버섹슈얼 역시 잘생긴 외모가 기준이 된다. 위버섹슈얼의 대표적 인물로 꼽히는 다니엘헤니, 권상우 등은 얼짱, 몸짱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훈남은 외모가 기준이 되지 않는다. 잘생기지 않았지만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무엇인가(something new)가 있는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뜻이다.

또 메트로섹슈얼이나 위버섹슈얼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훈남은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주변에서 자신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따라서 이들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자신과 비슷한 외모를 가졌고 비슷한 일상속에서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존의 꽃미남들은 영화배우, 가수 등 인기 연예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훈남은 운동선수, 일반인, 혹은 나이 지극한 아저씨도 포함된다. 박지성 선수는 순수하고 성실한 플레이로 10대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며 최고 훈남으로 꼽히고 있다. 또 영화 ‘한반도’에 출연한 배우 강신일씨 역시 훈남의 대표 스타일로 꼽히고 있다.

최근 10대들이 주로 방문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자신만의 훈남을 소개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프로야구 선수 심수창을 비롯해 네덜란드 축구대표팀 판 바스터 감독은 세련된 옷맵시 때문에, 토고 축구대표팀 스트라이커 아데바요로는 적당히 마른데다 탄탄한 몸매 때문에 훈남으로 지목됐다. 이처럼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훈남들이 전면에 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학자들은 훈남 열풍이 개성을 중시하는 10대들의 특징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또 개인 홈페이지 등 인터넷 발달로 정확한 자신의 의사와 감성을 표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영화, 광고계를 강타한 훈남들 

요즘 인터넷에는 훈남과 함께 생얼이 화제다. 생얼은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을 의미한다. 곱게 화장한 얼굴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과장된 표상이었다면 생얼은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얼짱 스타들을 흠모하던 10대들이 화장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에 사로잡힌 것이다.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면에서 훈남과 유사한 의미를 갖는다.  

광고계에도 이 같은 생얼, 훈남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식초음료 광고의 송혜교가 대표적인 케이스. 광고는 파파라치에게 쫓기던 톱스타 송혜교가 얼굴을 가리고 있던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어던지며 맨 얼굴을 드러낸다는 내용이다. 전지현과 성유리, 정려원 등이 출연한 광고도 이와 유사한 컨셉을 선보이고 있다.

생얼과 함께 광고계를 흔들고 있는 훈남은 맥주 광고의 박지성과 감우성, 박해일, 차태현 등이 편안한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다. 훈남의 또 다른 표현으로 주몽형 남자가 있다. 이는 MBC 대하사극 주몽역의 송일국과 같은 스타일을 말한다. 어린아이 같은 표정과 망설이는 듯한 말투로 여성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면서도 세상에 지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캐릭터다. 귀여움과 터프함이 혼재돼 여성들에게 색다른 매력으로 어필되고 있다.

광고 시장에도 주몽형 남자를 등장하고 있다. 모 휴대폰 광고의 ‘자동차-남자, 힘이 생겼다’편은 주몽형 남자를 잘 표현하고 있다. 황량한 고속도로 갓길에서 고장난 듯 보이는 자동차를 밀고 있는 남자, 운전석에 있는 여자가 장난기 있는 미소를 지으며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린 후 남자는 장풍을 쏘듯 장난처럼 손을 움직이자 차가 움직인다는 내용이다.


훈남의 조건은?

최근 TV에 이상한 청년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모 통신사 광고에서 긴 얼굴과 어눌한 말투, 게슴츠레한 눈으로 종이학을 접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 VJ 찰스(본명 최재민). 그는 또 다른 광고에서 레슬링하는 두 남자를 야릇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그의 본업은 동대문에서 옷을 파는 일이다. 19살때부터 옷 가게를 운영했다고 한다. 일상적인 모습의 그가 잘나가는 방송인으로 변신한 것은 바로 훈남 열풍 때문이다. 찰스는 훈남의 조건을 제대로(?) 갖춘 대표적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훈남은 어쩌면 우리의 일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얼굴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 성격좋고 성실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인기를 얻듯이 훈남은 이런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개성있는 자기표현과 남다른 열정, 자신에 대한 사랑 등도 훈남을 표현하는 말이다.

기존의 꽃미남이 외모 중심이었고 위버섹슈얼이 외모를 갖춘 부드러운 남성상이었다면 훈남은 자신만의 매력을 가진 사람이다. 단 한 가지의 장점이라도 제대로 소화한다면 훈남이 될 수 있다. 어떤 이는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 때문에, 어떤 사람은 옷 잘 입는 모습에, 말 잘하고 남을 배려하고 섬세한 그 모든 것이 훈남의 조건이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훈남이 인터넷을 가깝게 여기는 청소년들이 자기 의사를 거리낌없이 표현하면서 생겨난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 외모 지상주의를 허물고 전체주의적 사고를 깨뜨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빠르게 변해가는 유행처럼 훈남 역시 그런 유행의 한 단면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훈남 패션, 스타일리쉬는 기본

리는 흔히 훈남을 ‘못생겨도 성격좋은’으로 해석하는 우를 범하곤 한다. 외모와 상관없는 매력을 가진 사람을 훈남이라고 칭하지만 꼭 못생긴 것이 조건은 아니다. 내면적인 모습을 표현한 위버섹슈얼처럼 훈남 역시 자신만의 개성을 갖춘 매력남을 의미한다. 따라서 훈남의 패션을 어딘가 모자라는 것으로 해석하면 안된다.

VJ 찰스는 옷을 잘 입는다. 또 옷 잘입는 네덜란드 감독은 훈남으로 손색이 없다. 요즘 남성복은 네오미니멀리즘의 영향으로 절제미를 살린 것이 트렌드라고 한다. 또 위버섹슈얼의 영향으로 남성성과 부드럽고 스타일리쉬한 면모를 표현하고 있다. 훈남 역시 이 같은 트렌드를 고스란히 안고 있지만 자신만의 스타일리쉬를 표현한 것이 다른 점이다. 자신만의 실루엣과 디자인, 컬러 등을 갖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외모를 중시하는 멋지게 보이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패션에서는 아직까지 훈남을 모델로 한 광고를 찾아보기 힘들다. 일부 힙합 브랜드들이 비보이나 그래피티 등을 광고 컨셉으로 표현한 것이 전부인 듯하다. 이들 광고에는 자신의 끼를 표현하는 우리의 주변 사람들이 모델로 등장하고 있다.


훈남, 우리의 자화상 

SK커뮤니케이션즈 연구소는 최근 인터넷 트렌드를 조명할 수 있는 IT 신조어를 발표했는데 그중 투글족이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투글족은 TWO+글, 즉 두 글자로 의사를 표현하는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는 므흣(흐믓하다), 생얼, 훈남 등이 대표적인 투글의 사례. 일부 사람들은 이 같은 경향을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10Q, cb 등의 단어가 쓰이는데 이는 Thank You와 come back의 줄임말. 결국 우리나라만의 문화가 아니라 인류 역사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훈남 역시 이 같은 문화로 이해해야 한다. 외모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모습을 높게 평가하며 의미있고 소중한 것에 접근하려는 노력만큼은 높게 평가해야 한다. 결국 훈남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채널 2006년 9월호>

Posted by honeybadger :

산을 오르다 보면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정상이 바로 저기구나 하고 생각하면 또 다시 고비가 나오고

지쳐서 아득해질 때면 쉼터나 내리막이 나오더라구요.

자만에 빠지면 고생이 심해지고

절망 뒤에는 희망을 반드시 보여주고.

이것은 비단 산 뿐만이 아니고 자연 모두가 그런 것 같습니다.  

처서가 지나면서 선선해진 날씨에 가을을 만끽하는 순간,

다시금 무더운 여름을 돌려보내 놓아 뒤통수를 치는 자연입니다.

쉽게,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는 자연의 가르침이겠지요.

오늘은 브랜드 아이덴터티(brand identity)에 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나이키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요? 생각해보시지요.

나이키 logo요?

, 그냥 뭔가 feel이요?

사람의 모습은요?

그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가요?

기억나는 색상(color)은요? 

독특한 형상이나 형태, 디자인이 있나요?

철학은요?

소니(SONY)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요?

...위와 같은 항목으로 생각을 해본다면요?

애니콜은요? 랑콤은요? 샤넬은요?

마케팅에서는 아이덴터티를 매우 중시합니다.

그래서 BRAND IDENTITY(BI), COMPANY IDENTITY(CI), DESIGN IDENTITY(DI) 등의 말을 만들어서 꼭! 지켜야 할 것을 규정해 놓습니다.

특히 이중에서 BI는 가장 중요한 관심 영역으로 많은 신경을 씁니다.

이렇게 아이덴터티를 중요시 하는 이유는,

첫째는 쉽게, 효율적으로 인식시키려고 하는 것입니다.(RECALL)

동일한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제공해 줌으로써 이미지 분산을 방지하니까 한번만 들어도,한번만 스쳐도 그 브랜드를 기억해내도록 하는 겁니다. 길거리에서, TV에서,라디오에서 잠깐만 스치더라도 그 브랜드를 생각하도록 만드는 효과, 그것을 위해서 아이덴터티를 좀 더 확실하게, 선명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입니다.

둘째로는, 브랜드를 원하는(목표하는) 이미지로 만들어서 소비자 머리 속에 집어 넣으려고 하는 시도입니다(POSITIONIG).

단순히 브랜드만을 기억시키는 것이 아닌, 의도한 모습으로 만들어서 각인시키려는 것입니다. 서정적인 모습인지, 활동적인 모습인지, 전원적인 모습인지, 도시적인 모습인지, 뜨거운 사람인지 냉철한 사람인지,과학적인 사람인지 예술적인 사람인지 등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조건을 규정하는 겁니다.

셋째로는, 소비자와 친구가 될 수 있는 TOOL의 확보(TALK TO)입니다.

아이덴터티 규정을 통해 단순히 제품 뿐만 아닌 그 제품을 둘러싸서 형성되어있는 이미지의 여러 부분에 대해 소비자와 얘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특히 이 부분에 대해서는 brand story가 언급되어야 하는데, 다음에 목어로 남겨놓겠습니다)  

즉 화제(話題)의 원천(源泉)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답다, ~이 좋다, 어울린다, 어울리지 않는다, 라는 등등의 이야기 꺼리를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친하게 다가가서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됩니다.

네번째로는, 다양한 확장 가능성(BUSINESS EXTENSION) 때문입니다.

일단 원하는 아이덴터티가 성공적으로 구축되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업군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됩니다. 연결된 이미지를 따라가면서 가능한 제품,사업 기회를 모색해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아이덴터티가 불분명하거나 단순하게 제품 기능 그 자체로 국한되어있더라도 시장에서 성공만 한다해도 확장의 기회는 생기지만, 아이덴터티가 명확하게 설정,형성된 상태에서는 그 확장의 기회가 수 십 배 늘어나는 셈이죠.

이런 이유로 모든 마케터는 BI 정립에 큰 투자를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자칫하면 실수를 저지르기 쉽습니다.

BI의 요소는 매우 다양합니다.

Personality의 규정, visual identity, color identity, voice identity, design identity, lay out identity, logo identity 등 이외로도 참 많은 요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요소들을 다 identity 요소로 설정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목표로 한 brand identity를 위해 꼭 필요한 요소만 설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브랜드는 확실한 자기 이미지를 가져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유스러워야 합니다. 운신이 자유스러워야 한다는 말이지요. 너무 많은 identity 요소의 규정은 운신의 자유를 제한합니다. 그 밸런스가 맞아야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정확한 모습으로, 편안하게, 자유롭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잘못된 고집은 경직을 만듭니다.

많은 identity 요소 중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를 3가지 정도로 정해야 하고,

나머지는 전체이미지를 고려해서 어떻게 자유를 부여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BI전략입니다.

생각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주)CJ 마케팅 상무 김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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