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미래를 예측하고 싶다. 하지만 예측이 불가하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럴싸한 방법론으로 매번 예측하고 그 예측이 틀려나가는 것을 목도한다.
리서치 회사 시절에 가장 많이 썼던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은 회귀분석을 사용한 모델링이었다. 그 모델링을 위해서 독립변수를 뽑아내는 것도 어려웠지만 막상 만들어놓으면 뿌듯함보다는 이건 그냥 전혀 새로운 독립변수가 하나 출현하면 말짱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방정식에 불과했다. 다만 지금도 그렇지만 어떤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근거가 필요했고 그 근거가 최대한 과학적(?), 논리적(?)으로 보이기 위한 방법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미래의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점, 불확실성의 상시성을 인정한 상태에서 미래의 예측이 아니라 잘 구성된 시나리오를 통한 대응을 논하는 책이 바로 "시나리오플래닝"이다. 물론 이 방법론은 특정 업무를 담당하는 개인이나 소규모 팀이 활용하기보다는 기업의 전사적 전략 차원에 조금 더 부합한다. (물론 일정 정도는 하위 레벨에서 응용할 수 있겠지만) 이 방법론에 기반해 전사 전략 수립, 해당 전략 (시나리오)에 대한 전파, 설정된 시나리오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한 태세 전환 등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큰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전사적 차원의 접근이 유효하다. 하지만 직관과 기존 구태의연한 방식이 아니라 조금 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미래를 대응하는 방법으로 시나리오플래닝의 디테일을 이해하다 보면 얻게 되는 많은 교훈 또한 만만치 않게 유용하다.
이 책은 개념 정리도 훌륭하지만 실제로는 시나리오플래닝을 진행하기 위한 잘 쓰인 매뉴얼에 가깝다. 그래서 실제 실습 없이 읽어나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거시적인 전략 수립의 방법론이 궁금한 이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