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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

2019. 7. 20. 02:39 from Life note

요양원으로 옮긴 고모를 보고 왔다. 손을 잡고 눈을 맞춰봐도 고모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동네에서 유명할 정도로 어여뻤던 고모는 여전히 요양원에서도 이쁜 환자로 통했지만 그 사실조차도 알지 못한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가장 닮았던 고모는 그렇게 하루 종일을 누워 알 수 없는 단어만을 반복적으로 내뱉거나 초점 없는 눈으로 무엇인가를 응시하고만 있었다. 아버지가 겹쳐지며 다시 잃고 싶지는 않다는 두려움이 가득해졌다. 

 

본고사를 보기 위해 서울 고모네 집에서 한 달 정도를 있었을 때 야심한 밤, 방에 있는 나를 불러내어 유명한 기사식당을 데려가 참 맛있었던 우동을 사주는 것으로 응원을 대신할 정도로  고모는 좀 센스가 있었고, 코트 주머니 속에 넣어 두었던 담배를 사촌 동생 녀석이 꺼내어 고등학생 신분의 흡연을 딱 걸렸을 때도 "이제 대학생 되려면 몇 달 안 남았으니 엄마한테는 걸리지 마라"라고 할 정도로 쿨했다. 

 

나도 어른이 되어 내 인생을 챙긴다는 바쁨이라는 핑계속에 그렇게 몇 년에 한 번 고모를 볼까 했다. 미련하게도 꼭 이렇게 되어야 후회가 된다. 고모가 나를 다시 알아보면 다른 것은 몰라도 저 기억 속의 고모의 멋있음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돌아오는 길. 어쩌면 나 지금 인생을 잘못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아마 그런 것 같다. 

Posted by honeybadger :

2019. 7. 16. 00:20 from Life note

원래 꿈을 꾸어도 잘 기억을 못하는데 어제 밤에는 꿈을 꾸다 깼다. 학교시절, 군대, 사회생활을 하면서 악연이라 생각했던 인물들만 등장하는 꿈이었는데 꿈을 꾸면서도 어떻게 이런 사람들만 모아놓았지 싶어서 신기하더라.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은데 그들을 일렬로 세워두고 줄빠따를 치려는 (혹은 그에 준하는 무엇을 하려는) 순간 깼던 것 같다. 꿈을 깨고 첫 느낌은 아쉬움이었는데 일어나 물을 한잔 마시니 아마도 요즘 정신도 몸도 편치 못해서 그런 것 같다. 일단 운동부터 좀 해야겠다.  

Posted by honeybadger :

겸손

2019. 6. 28. 18:57 from Life note

그렇다. 겸손은 이렇게 중요하다. 하지만 아주 작은 성취에도 우리는 뻐기고 싶고 과시하고 싶다. 힘을 갖게 되면 세상과 사람을 열등하게 바라본다. 따지고 보면 역사 속의 그 수많은 영웅들도 이 딜레마에서 쉬이 빠져나오지 못했다. 겸손해야 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겸손하자.  

 

https://blog.naver.com/tussman/221567202892

Posted by honeybadger :